어쩌다, 내가 예쁜

덧방붙인 소리들은 어디로 가나 외 1편/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덧방붙인 소리들은 어디로 가나 외 1편/윤관영

也獸 2012. 12. 19. 09:10

덧방붙인 소리들은 어디로 가나 1

윤관영

 

  소리1 서서 오줌을 쏜다 변기에 빗각으로 부딪힌 소리가 흘러 내려간다

  소리2 의자 자세, 이 소리를 덮어 쓰시겠습니까 변기 버튼이 엔터 된다 소용돌이가 직선의 가는 소리를 눌러 버린다 덧칠된 직선의 소리가 밀려 나온다 바탕색 같은 문 잠그는 소리가 있었고 지퍼 내리는 소리가 있었다

  액자 안에는 골판 박스 테이프 뜯고 접는 소리가 등고선처럼 올라왔다 검은 태양 환풍기 소리가 배경 중심에 떠 있다 오토바이 소리가 밖에서 액자 속으로 전깃줄처럼 들어왔다가 나갔다 자동차가 오토바이처럼 지나갔고 액자 밖에서 액자 안을 노크하는, 소리 들렸다 노크에, 중첩되었던 소리들이 교직되자 소리들의 관절이 엑스레이에 잡힌 뼈처럼 노출되었고, 흠실흠실 겹쳐 흐르던 소리들은 화산석처럼 굳었다

  일시중지된 소리들이 체위반사, 엉덩이를 빼고 엉거주춤이다

 

 

 

 

 

 

 

 

 

 

 

 

 

 

 

 

 

 

 

 

바다 속에 떨어진 성기

 

 

소리와 헤어지고 화분을 샀다 홧김은 아니었다 화분이 안 보였다 귓불에서 피가 흘렀다 구름이, 바람이 등화관제의 하늘

투척된 돌멩이들, 몸에 쌓였다 홧김은 아니었는데, 부걱부걱 주술사처럼 구름을 불렀다 깨진 유리가 견디다 견디다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화분이 손에 있었다 그빨로 귀가 늘어났다 홧김은 아니었는데, 돌멩이 같은 소리가 나와 나와 참는데, 화분의 목을 쥐고 있었다

구름이 안 보였다 홧김이 아닌데 바람이 안 보였다 꽃, 귀가 땅에 끌렸다 신발 곁에 화분을 두고 저 黑海, 귓불을 손으로 저으며 가야 하는데 안 보였다 어떤 것이 안 보였다

 

귀를 갈래머리처럼 앞으로 모았다

  <시와사람>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