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장화, 실색하다/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장화, 실색하다/윤관영

也獸 2013. 2. 28. 17:18

 

장화, 실색하다

                     윤관영

 

 

  팬티 색깔에 맞추어 신을 신는 여자가 있었어어, 그런 여자가 노팬티인 날은 무슨 신을 신게에? 오오빠!

…… 사알색? 했다가, 시인이라는 사람의 상상력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 싸잡아 당했다 답은 털신, 실색했다

  물은 피해야겠고 장화는 무겁고, 주방 큰이모는 털신을 신는다 뒤축의 털이 다 빠져 고무다 색은 몰라도 털은 털신 같을 게다 그것밖에 안 된다

  어머니의 털신은 연장과 같이 모셔져 있다 풍란은 왜 신발장 위에서 피었을까 때가 되어야 쓸 털신, 신발장 안에 있어도 먼지에 덮여 있다 그것밖에 안 되어서, 털신에서 나온 녀석이니 털신을 털모자처럼 여겨야 하고, 발에 문수처럼 털신을 잘 모셔야 한다는, 구겨 신으면 오징어 냄새가 배어 실색한다는,

  빨면 목욕한 강아지 눈 같은 털신, 마루 밑 댓돌 옆이 제자리다

  난 장화를 신는다 장화는?

 

<시와표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