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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짐치/김종태

也獸 2014. 2. 7. 18:44

짐치

     김종태

 

 

짐치는 곰삭은 멸치젓만이 함께 해야 한다

짐치는 삼한사온 푹 쉬지 않을 만치 짜야 한다

짐치는 첫 서리 내린 땅 파 앉힌 독 속에 익어야 한다

짐치는 허연 무시를 숭덩숭덩 안아야 한다

검정 깨소금에 감칠맛 솔솔 살아나는 어매의 짐치

짐치는 그 결을 따라 손으로 찢어먹어야 한다

 

양지 바른 산등성이 씨를 뿌리고

배차가 잎을 키우면 벌레 손수 잡고

배차 폭이 벌면 그 품을 짚으로 묶어

서리 내리기 전 수확하는 내륙의 마감

 

김치라고 부르면

애벌레 하얀 속잎으로 몸을 숨기듯

제 맛을 잃어버리는 짐치

어매의 국어사전엔 김치가 없다

배추가 없다 무가 없다

오직 짐치와 배차와 무시가 뒤범벅일 뿐

 

짐치라고 부르면

장꽝 옹기들처럼 옹기종기 앉아 버무리던

젓국물 고치 마늘내 된바람에 실려오고

짐치라고 불러 보면

삼동내 문풍지 바람 떨릴 때

설설 끓던 아랫목같이 목울대 울렁인다

 

*시집 『오각의 방』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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