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결혼축시/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결혼축시/윤관영

也獸 2014. 11. 19. 14:58

 

늘상을 신혼처럼

-윤관영

 

 

쟤들은 오래 가려나 싶으시죠?

이혼 안 하고 사는 게 효도라는 요즘

그런 게 효도라면 만날천날 하며 살게요

틈만 나면, 짬만 나면

응응 할게요

틈 없고 짬 없어도 사랑할게요

사랑하고 사랑해서

애도 한 타스쯤 나아서

저출산 시대에 애국하면서 살게요

미워하고 싸울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사랑하고 살게요

젊은 것들이 심하다 싶게 붙어서

앙글방글 살게요

지독하게 살게요

속세에서 하는 결혼, 조추 세속적으로

돈 좀 밝히며 살게요

하여, 사는 걱정 끼치지 않고 살게요

장인 장모, 시아빠 시엄마

종종거리며 종종 찾아 뵈서

귀찮게 해드리는 재미로 살게요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서 그 사랑 끝에

내 새끼 귀하면 남의 새끼 귀한 줄 알고

내 사랑 귀하면 남의 사랑 귀한 줄 알아

이웃에 관심 두며 살게요

엄마 아빠가 그러셨듯

나누면서 살게요

엄마 아빠가 그러하셨듯 싸울 땐

아드등아드등 할게요

다툴 땐 다투더라도

사랑뿐이라고 믿으면서

종내 사랑하면서 살게요

보시기에 좋게 살게요

축의금 내신 거 후회 안 하시게

애면글면 살게요

바람만바람만 보아 주세요

엄마 아빠, 엄마 아빠

~

 

*주례는 못하고 축시로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