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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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때늦은 사랑/김사인

也獸 2017. 4. 6. 21:47

 

 

때늦은 사랑

김사인

 

 

내 하늘 한켠에 오래 머물다

새 하나

떠난다

 

힘없이 구부려 모았을

붉은 발가락들

흰 이마

 

세상 떠난 이가 남기고 간

단정한 글씨 같다

 

하늘이 휑뎅그렁 비었구나

 

뒤축 무너진 헌 구두나 끌고

나는 또 쓸데없이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늙어가겠지

 

 

*사는 게 꽃 같다. 아니, 꿈 같다. 아니, 벤취 같다.

노인네의 특징은 한 곳에 그냥, 오래, 앉아 있는 거다.

시골살이 할 때도 보면, 그랬다.

, 그럭저럭 늙어갈 것이고, 또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나 의심하면서

씻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기웃거리거나 오래 같이 머물며 눈을 주거나, 생은 그럴 것이다.

단조로운 눈에 뵈는 게 있다. 아니,

단조롭기에 보는 게 있다.

요즘 단조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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