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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요강꽃의 긴 정사/김추인 본문
요강꽃의 긴 정사
김추인
쉿, 석 달 열흘도 모자르다
일곱 해 낮밤을 널 껴안고 살아야
치마난초 한 뿌리
내 꽃절판 같은 분홍꽃을 피운다니
함부로 손 탈라
너희 탐욕의 안광을 치워자
여왕의 비옥한 정원도
가난한 세상의 어떤 밥상도
사양이다 모른 척하라
살속곳 깊이
그대의 균사가 파고든 아랫뜰에
곰팡이, 푸른 집을 짓지 못하면
나, 간다-한 마디 없이 사그라들 종(種)의 생애
네 몸의 비의(秘意)를 너는 아니?
지린내도 향기로운 요강꽃이여
세상의 처마 밑이 모두 난간이다
속속곳 캄캄한 안쪽 그대의 균사가
칩거하고 있을 내 거기도
고운 요강단지처럼 부풀었겠다 그쟈?
꽃과의 교감이 있다. 그 교감이 내 일처럼 안타까워서 화자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오버하고 있다. 그 어수선함과 톤이 높은 놀람과 과장이 이 시다. 화자는 일단 일곱 해를 껴안고 살아야 꽃 피운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 놀람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내 꽃젖판 같은 분홍꽃'이라 동일시 하면서 또 놀란다. 그런 놀람과 반응은 '탐욕의 안광을 치'우라고 '사양이다 모른 척하라'고 명령하며 호통친다. 물론 여기에는 종의 멸종에 이르는 과정에 탐욕스런 인간의 개입이 있기에 그렇다.
한편, 일곱 해를 동거해야 꽃을 피우는 요강꽃은 그러므로 인해 안타까운 꽃이다. 멸종되기 쉬운 안타까운 존재인 것이다. 그런 연민이 말 걸면서 되묻는다. "네 몸의 비의를 너는 아'냐고 묻는다. 왜? 그건 지린내도 향기루울 요강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처마 밑이 모두 난간이'라는 화자의 인식도 좋지만 '속속곳 캄캄한 안쪽 그대의 균사가/칩거하고 있을 내 거기도/고운 요강단지처럼 부풀었겠다 그쟈?' 하는 인사는 동일시의 염원이 아닌가 한다. 시를 쓰기 위해 여행을 하고 연극, 영화를 보고 전시회에 갔던 것이 시가 되는 경우, 아니 시 쓰기 위한 여타의 노력이 만들어 낸 시가 있는가 하면 이 시는 그런 느낌과 혐의로부터 비켜 있는 점이 매력이다. 수목원을 가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부럽다.
시집<전갈의 땅> 중에서 /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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