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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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어투, 악성 등극하다 외 1편

也獸 2009. 9. 7. 19:21

語鬪 , 惡聖 등극하다 외 1편

 

                                   윤관영

 

 니 눔의 말을 들응께 쌈질에 이골 난 악질이란 걸 알것다 무거운 수은이 가라앉으며 살갗을 파고들며 벗기니 흐흐 월매나 고통스럽겠느냐 게다가 살껍질 벗겨진 몸뚱이에다 소금을 뿌린다니 니 눔이 말하는 그 고문은 소금으로 눈을 뒤집어 쓴 듯하다 하여 이름한 곤설인이 아니냐 낄낄낄 미친 하수 눔이로구나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 치자면 천하제일이겠지 니 눔이 그런 고통을 내게 가한다면 나는 니 눔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것다 일단 좋아하는 술을 못 처먹게 혀를 자를 것이고 기집질을 못하게 니 좆을 자를 것이다 글고 니 눔에게 고통을 주어 봤자 악종이라고 꽤나 버텨서 나나 피곤하게 할 것이 뻔한 노릇, 느긋하게 숨겨둔 니 눔의 가족을 찾아 보는 앞에서 사소한 고문이나 가하것다 이 악종아 (이에 그는 패배를 자인하고 九拜를 올린 후 마부석에 앉았다)

 니 눔은 알량한 시나 쓰는 눔 아니냐 처자를 건드려 봤자 일 읎다 우헤헤 미친 눔아 왜 그런 눈깔로 보느냐 가족까지 챙기는 놈이 진짜배기 시인 이것느냐? 시에 미친 눔인 걸 흐흐흐 나는 니 눔이 책을 못 보게 눈깔을 뽑을 것이고 시를 못 쓰게 손모가질 자르것다 발가락으로 쓴답시고 지랄 할 수도 있으니 발가락도 자를 것이다 시 안 쓰면 미치는 눔이니 그래도 시를 쓰겠다고 구술할 수도 있으니 혀를 뽑아 버리것다 눈썹의 움직임만으로도 의사를 전하는 게 시인 나부랑이니 아예 몸에서 六感을 지울 것이고 꼴난 자존심에 자살할 수 있으니 자살조차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무병장수 호의호식 시키것다 고통스러울수록 시는 넘칠 터이니 어찌 견디것느냐? (너를 어떻게 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 대결의 말을 꺼내지도 못한 시인은 마부석의 악종 곁에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 뿐이었다)

 

 

 

가늠하다

 

장에 가신 어머니가

이천 원밖에 안하는 호미 하나 고르기를

한나절이시다 보도 블록을 긁으면서

실지 호미를 쓰는 것맨치로

가늠하고 계시는 중이다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거드신다

―호맹이는 매간지가 짧아야 혀 묵직해야 혀

눈짐작으로 지나가다 가늠하시는 거다

손잡이가 갈라져 이내 못 쓰게 될 호미

중국산이 분명하다 의심 두는데

어머니는 구부러진 정도와 무게와

손에 오는 느낌을 가늠하시느라

밭고랑에 앉으신 것처럼 종내

못 일어나고 계신다

 

이럴 때, 나는 챙피를 핑계 삼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웃을 줄 아는 내가 되었다

<시와사람>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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