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흰 소의 울음징채를 찾아/정숙 본문

맘에 드는 시

흰 소의 울음징채를 찾아/정숙

也獸 2010. 2. 16. 12:17

흰소의 울음징채를 찾아

                              정숙

 

 

  딸아, 네 몸도 마음도 다 징이니라

 

한 번 울 때마다 둔탁한 쉰 소리지만 그 날갯죽지엔 잠든 귀신도 깨울 수 있는 울림의 흰 그늘이 서려 있단다

 

살다 보면 수 많은 징채들이 네 가슴 두드릴 것이니 봄눈 이기려는 매화 매운 향이 낙엽까지 휩쓸어 가려는 높새바람의 춤이 한파를 못 견디는 설해목의 목 꺾는 울음 소리가

 

 이 모든 바람의 징채들이 너를 칠 것이나

 그렇다고 자주 울어서는 안 되느니라

 참고 웃다가 정말로 가슴이 미어질 때

 그럴 때만 울어라, 울고 울어

 네 흐느낌 슬픔의 밑뿌리까지 적시도록

 징채의 무게 탁하지 말고

 네 떨림의 소리그늘이 은은히 퍼져나가도록

 

 눈 내리는 이 밤, 아버지

 그 말씀의 거북징채가 새삼 저를 울리고 있습니다.

 

 *시집 [바람다비제祭]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함부로 징채들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들었다면 징의 가슴이 미어지게 칠 일이다. 그렇다.  

'맘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은노꼬매오름/변종태  (0) 2010.03.16
검은 보자기를 들추다/홍승주  (0) 2010.03.05
물결종이/김충규  (0) 2010.02.13
제일 맛있는 거/설태수  (0) 2010.01.29
가을 저녁/임재춘  (0) 2010.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