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明堂 외 1편/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明堂 외 1편/윤관영

也獸 2010. 6. 9. 14:02

明堂 外 1편

                    윤관영

 

일 없어, 신발장에 처박혔던 긴긴 겨울

이냥 꽃샘바람 일어

얼굴 얼어

일 끝나

집에 오던 안전화, 섰소

여남은 줄이 웅기중기 다세대 주택처럼

이마 맞대고 있는 연탄재

잘 탄 탄의 내복빛 마른 광배

코 돌린 안전화

언손 모아

무르춤

섰소

 

저, 성소

 

 

 

 

빗속에는 다소의 알코올이 섞여 있어

 

 

 

비 오면 술 생각나고

반찬 보고 술 생각나면

알코올 중독이라는 얘기,

인정해야겠다

마루에 앉아 비를 보노라면, 하필

전깃줄에 앉아 홀로 비 맞는 새를 보노라면

비가 굴피를 적셔 타넘는다 싶으면

그냥은 견디지 못 한다 군내를 끌어안은 김치처럼

비가 적신 영혼은 술 아니면 데워지지 않는다

무슨 별난 안주를 즐겨서도 아니다

배 나온, 퉁퉁한 몸매가 불만이지만

비 오는데 술 모르는 시인이긴 싫다

찬이야말로 안주인 것을 모르는 시인이긴 싫다

雨氣가 마른 마루에 스미듯, 오는 비는

늑골을 적셔 영혼을 침전시킨다

비 보기를 좋아하고

짬뽕국물만 봐도 소주 생각하는,

다소 대책 없는 중독 시인, 있다

고요 속에 잘 증류되는

몸에 술 담그는 과일주 같은 술병 시인, 있다

술의 시간을 혈액에 넣는 시간,

<문학청춘>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