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커브처럼,/박완호 본문

맘에 드는 시

커브처럼,/박완호

也獸 2011. 5. 24. 23:13

커브처럼,

박완호

 

 

그냥 변화구를 던져 줘, 라는 말보다

내게 커브를, 이란 말이

훨씬 매력적이란 걸

 

곧장 당신에게 달려왔어요, 라고

바로 들이대는 것보다는

어딜 좀 들러 오느라……, 하는

머뭇거리는 얼굴이

내 맘 더 깊이 파고든다는 걸

 

커브, 라고 말할 때면

어딘가 살짝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꾸 빙빙 도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지쳐

잠시 쪼그리고 앉아 쉬는

네 흔들리는 숨결들

 

, 커브라고,

내게 커브를 던져 줘, 라고 말할 때

네 혀끝에 걸려 있던 바람이

어느 순간 나를 향해 밀려오듯

 

그렇게 내게로 와 줘,

어디로 꺾일지 모르는

마음의 둥근 궤적을 따라

커브로, 커브처럼, 그렇게,

 

* 시 좋다. 그냥 좋다. ‘네 혀끝에 걸려 있던 바람이/어느 순간 나를 향해 밀려오듯이라는 접점에서 이 시가 확산된다.

시가 커브처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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