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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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근황/김요일

也獸 2011. 10. 5. 21:52

근황

김요일

 

 

고통을 뼈대 삼아 집을 지었죠

이젠 그립지 않아요

사막에서의 생활은 상상 너머의 일이죠

 

가끔씩 치유술사가 들러

차마 조율할 수조차 없는 참담한 일상의 아가리 속으로

새로운 정령(精靈)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 누군가 버리고 간 늙은 낙타는

권태를 등짐 진 채

썩은 내 나는 침 뱉으며 모래언덕 넘어요

 

수취 거부 우편함엔 방부제 가루 같은 먼지만 쌓여 가고

휘휘친친 거미줄 감으며

홀로 잠들 그물 침대 깁고 있어요

애당초 천국이란 건 없었으니

이곳이 지옥일 리 없죠

 

나는 뻐덩뻐덩 말라 가는 물고기

누구든 내 영혼을 사 가세요

비싸게 굴 이유가 없죠

 

-  <애초의 당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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