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배를 치다 외 1편/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배를 치다 외 1편/윤관영

也獸 2011. 11. 24. 14:14

배를 치다 1

의 살을 다 발라내고 더는 바를 게 없는, 남은 속을 배갈비라 한다

윤관영

 

 

살을 고명으로 발라내다 보면 갈비가 잡아당긴 힘이 보인다 당기면서 불린 힘 보인다 꼭지가 쥔 세월도 보인다 동///북 바르다 보면 흰 것이 갈색으로 가는 길 보인다

 

발라 놓은 배갈비를 들고 앞니로 갈씬거리다 보면 절로 호기심이 괸다 시방 손에 든 이 배에 쟁여진 달디 단 물관의 길이 보인다 맛의 구중심처는 이처럼 살이 겨우나 붙어 있어서 체면을 버려야 그 맛을 볼 수가 있다

 

배갈비를 들고 입술로 한참을 물다 보면 배 같은 가슴에 코 박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체면 놓은 선비가 갓끈을 물고 뛰는, 그 전설에 이르게 된다

 

배나무 아래서는 배를 감싼 그 봉지를 들추고픈 충동이 인다 연애는 뽕나무가 아니라 배나무인 것만 같다 쥐 눈 같은, 갈라진 배씨도 뭔 말을 전하는 듯 하다 갈비의 으뜸은 배갈비다 몰아 모든 갈비는 배갈비다 갈비는 체면을 벗어던져야 맛의 진경에 이르게 된다

 

잘린 배 씨는 번뜩번뜩, 배갈비 뜯느라 곁에 놓은 식도는 배 물에 젖어 번질번질,

 

살들은 가지런하다

 

 

 

 

 

 

 

 

 

 

 

 

풍경 4

 

 

돌무덤에는 청사들이 우글거렸다

찔레꽃이 껌딱지처럼 흔들거렸다 그랬다

미루나무가 검어진 여러 달토록

리어카 끌고 간 여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빨랫줄에는 국숫발이 흔들거렸고

우물 펌프는 쥐 소리를 냈다 그랬다

큰남아가 계집애를 업고 미루나무를 바라보았다

찔레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판의 메밀묵은 손등처럼 터져 있었다

버력더미는 뱀들로 들썩거렸다

지구팽이는 돌아도 제자리에서 돌았다

루핑 지붕에서는 초콜릿 같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랬고 그랬다 그랬다

소문은 국숫발처럼 휘날렸고

쌓인 연탄은 젖어

무너졌고

미루나무는 달빛에

검었고

찔레순 같은 계집애는 등에서

뱀 울음 소리를 냈고

그랬다 思春期 이명,

기저귀 날리듯 국숫발 날리는

여인이 아직인,

맨대가리 기계충 같은,

찔레꽃 핀 날이었다

 

<시와사상>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