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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에덴극장/오늘

也獸 2013. 1. 29. 15:45

 

에덴극장  /  오늘
 

암흑의 에덴으로 들어가려면 빛을 버려야 한다 

잡음을 오물거리고 있는 이 극장만 아니면
선택을 뱉을 수 있었을까
문이 쇳소리를 내며 빈 자리를 훑어 본다
울컥, 흉터를 토할 것 같아 불안하다 

알 수 없는 이유란 그저 흔한 이별
여배우는 대사가 막힐 때마다 객석을 바라보았지만
눅눅한 비명 사이로 몇 개의 금요일이 굴러다닐 뿐
최초의 친절을 의자에 세워 놓고
달아나려는 그림자를 앉힌다
거짓말만 하는 손톱을 씹고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씹는 동안
주인공 역시 대답을 씹으며 내내 울기만 했다
오직 새롭게 낡아지는 것들만 모으며
쏟아지는 인사에 젖지 않으려 애쓴 시간
번진 통로마다 우산을 펴서 말리던 날들
주머니 속 표정들이 어둠 속에서 튀어 나온다
웃는다
찡그리며 웃다가 운다
불이 켜지기 전
손수건 하나 쯤 뒤꿈치에 감아준다면
게으름을 구겨 신고 보내는 인사가 좀 더 쉬웠을 텐데 

심야의 에덴은 주말을 버리기 좋은 곳
곁눈질을 멈추지 않는 비상구만 아니라면
금요일의 에덴만 아니면
알몸은 실수 아닌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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