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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항문과 학문은 서술어가 같다 외 2편/윤관영 본문
<신작시>
항문과 학문은 서술어가 같다 외 2편
윤관영
키친 휴지를 들고는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언제 적인가, 하룻일을 마치고는 몸을 못 이겨, 주저앉아 오줌을 눈 적이 있습니다 엉덩이가 그렇게 시원했던 적이 없었지요 왕겨 꽃을 매단 옥수숫대 너머론 일몰이 깔리고 있었고요 닳은 물풍선 터지듯 흐른 오줌이 흙을 움켜쥔 옥수수 뿌리께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앉은 눈에 뿌리의 힘줄이 보였더랬습니다
항문에 힘쓰고 항문을 닦았습니다만 학문을 열지는 못했네요 누이
허벅지에 힘을 뺀다는 거, 쉽지 않은 일이네요 키친 휴지를 들고는 뒷물하고 왔습니다 뒤집힌 닭똥집 같은 엉덩이가 안적은 쓸 만하답니다
세상을 향한 정면 승부는 이처럼 뒤가 문제, 이즈막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을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내가 등을 돌려도 정면에 있던 걸, 누이 눈빛으로 알았네요
제 걱정일랑 마세요 누이, 부엌의 마음을 알 듯도 한 오후 … 또 …
사단 후에 오는 것들
대중없는 거, 눈치 채고는 있었다
배추를 네 망이나 사오고는 질겁했다
헤실바실 겉잎을 뜯어내다가는
이제사 요리사가 되었지 싶었다
김치 담글 일이 벌겋다 못해 간장 같은데
아깝다,
죄 모아가지고는 삶아서는 물 뺐다
쇠죽 냄새가 나는 그것을, 들쩍지근한 배춧잎 삶은 물을
산삼 우린 물인 양 들이켜고 싶었다
이즈막 사람 새끼가 된 것도 같고
우거지 맘이라는 걸 알 듯도 싶고
— 삶은 우거지는 얼려 두었다
김치는 못 되는 겉잎의 이 쓸모, 세상은
대중없는, 대중할 수 없는 우거지단이라는 게 있어
눈썹이 웃게 한다
냉국에 헤엄치는 여름
우려낸 다시마를 만지면
돌고래등껍질을 만지는 듯하다
다시마튀각은 깨진다 찡긴다
미역만 보면 괜히 눈시울,
미역국만 보면 마음이 뿌예진다
밥알을 말아서 입술로 먹으면
왠지 미안하고 괜스레 고맙다
미역을 그냥 잘게 잘라서 맨물에
오이채에 맨 소금 간,
싱거우니, 그래서 식염식초
그거 좋다, 암 것도 안 들어간 투명이 좋다
미역은 또 물과 어울려 노니, 맑아
이때는 업소용 레시피도 용서 된다
바다 소식 바다 소식 바다 소식
미끌거리는 미역과 사각거리는 오이와
찡기는 밥알이면 소식도 좋다
다시마야 제 물을 다 뺐으니 불어 미끌거리는 것
입 천정에 붙어도 이쁜 미역
신맛마저 맑은 냉국
미역만 보면 몸도 마음도, 멱 감 듯
해산한 듯, 다, 풀린다
<근작시>
귀, 세상을 맛보다 외 1편
윤관영
이를테면 고수의 흐리기 그런 거다 맛은 입맛, 입에 따라 다 다르다지만 맛은 있다 입맛대로지만 입맛을 넘는 맛이 있다 웃겠지만 귀맛이라는 게 있다 손맛, 그러니까 손맛 이전이다 전표를 보기도 전에 외쳐지는 것에 이미 손 가는 손맛,
이전에 귀다 보기 전에 듣기다 끓어 넘치기 전에 소리 나기 전에 아는 게 또 코다 코맛은 없지만 있다 이를테면 섹스도 음식 같은 것 몸맛이라는 게 있다 반복해도 난해한 글처럼, 반복하고 반복해야 하는 음처럼 자꾸만 숨어드는 至極한 맛이 또 있다 애초에 되어야 하는 청음처럼, 의심하는 입맛처럼 장치를 넘어선 극미가 세상엔 있다 절망하게 만드는 맛이,
이를테면 이를 말이냐처럼
음식에도 귀명창이 있다 귀가 먹는 맛이 있다 후각은 답이나 마비되고 시각은 속고 몸맛은 길들여진다
세상엔, 귀맛이라는 지극이 있다
― 『시와세계』 가을호
밥에는 색이 있다
물드는 것처럼 무서운 게 없다
김칫국물, 스며버린다
희미해질 뿐 안 지워진다
나갔던 김치에 국물을 붓고
새 걸 얹어도 층이 진다
밥물이라는 게 있다
밥은 색을 넘어 어떤 기운까지 빨아들인다
숟갈 젓가락을 넘어
입술지문까지 묻어난다
나갔던 밥에 밥을 얹으면
공구리 친 것 같다고 충고하는 친구가 있다
밥에는 마음이라는 게 있다
덜어 먹는 마음,
‘손대지 않은 거거든요’ 설명하는 마음
물들지 않은 밥은 못 버리겠는 마음이 있다
밥 풀 때만큼은 착해지는 손이 있다
밥장사하는 마누라 밥 버리게 하는데, 십 년이 걸렸다고
흥분하는 친구가 있다
그 진심을 듣고도 밥을 못 버리는
엉거주춤한 마음이 있다
버리고 우는 마음이 있다
돌아온 밥공기를 보면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람이 보인다
― 『시와세계』 가을호
<평론>
누이 앞에 돌아온 관영이
임영태
셈해 보니 윤관영 씨를 처음 만난 지 꼬박 10년이 되었다. 2003년 우리 부부가 제천으로 살러 내려가 가게를 하나 만드느라 분주해 있을 때 한창 공사중인 우리 가게로 한 남자가 들어섰다. 윤관영이라고 이름을 말하면서 시를 쓴다고 했다. 자기도 서울에서 내려온 지 몇 해 안 됐다면서 우리를 반가워했다. 꽤 활기차면서 독특하게 솔직한 사람이라는 게 내 첫인상이었다.
그 며칠 후에 어느 횟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기분이 동해 술 몇 병 사들고 2차는 그의 집으로 갔다. 거기에서 윤관영 씨의 시를 처음 보았다. 프린터로 출력한 A4 용지 몇 장을 건네받아 아내와 함께 그 자리에서 읽었다. 시가 좋았다.
“시인이더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도 그런 말을 했다.
그 후 한 지역 주민으로 보고 지내면서 이 사람의 사는 방식이랄까 하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참 열심히 산다. 이 문장 하나로 될 것 같다. 윤관영 씨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데에 늘 열심이고, 찾아낸 그 일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다. 인생을 허투로 방치하지 않으려는 어떤 근성이 있다. 다른 일에서는 적당히 게으르기도 하지만 스스로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집요하리만치 노력과 마음을 쏟는다. 천성적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윤관영 씨가 가장 열심이었던 것은 단연 시였다. 만나면 늘 최근에 읽은 좋은 시와 아쉬웠던 시들에 대하여 일일이 문장을 짚어가며 거론했고, 자기가 쓴 시들을 때로는 번거로울 정도로 자주 들고 와서는 감상평을 듣기 원했다.
그럴 때 혹여 귀찮은 마음에 건성으로 말했다가는 일이 오히려 커진다. 관영 씨는 내가 한 말의 의미를 묻고 따지고 확인하면서 줄기차게 그 다음 말을 요구한다. 자기 시에 대한 고집과 자부심이 대단하여 남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수긍되는 것이 있으면 바로 수용한다. 그리고는 즉시 개작에 들어가 얼마 후에 다시 원고를 들고 와서는 지난번보다 좋아졌는지, 우리가 나누었던 말이 잘 반영돼 있는지 꼼꼼히 되짚는다.
그러니 처음부터 소신 없이 대충 말했다가는 관영 씨의 ‘들이대기’를 당할 수 없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저 끈질기고도 겸손한 경청에 값하려면 내가 우선 열심히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자신 있는 말, 나의 진정한 느낌만을 말하여야 한다. 관영 씨의 열심을 나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직업 글쟁이가 시를 쓰고 읽는 것에 열심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는 당연함 이상의 천진한 열정이 있다. 안 읽은 시가 없다는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건 만나던 초기에 이미 느꼈다. 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 이 사람은 온갖 문예지의 시들을 인용하고 자기가 읽은 시인들 특유의 문체까지 해설해가며 한참을 신나게 말한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눈과 귀를 모아 들여다 본 것이기에 그의 감상평은 거칠 것 없이 종횡무진이다.
아, 이 사람은 시를 참 좋아하는구나. 참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는구나.
그게 느껴진다.
시 이야기를 할 때 관영 씨는 초식이니 살수니 하는 무협지의 용어를 자주 쓴다. 여기엔 이 사람이 시를 읽는 그만의 어떤 독법이, 그리고 문장을 (적으로 놓고) 상대하는 이 사람 고유의 작법 스타일이 담겨 있지 싶다.
말하자면 관영 씨는 초식에 민감하다. 시를 좋아하면서 시를 이기고자 하는 순정무쌍한 대결의 마음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예컨대 서툰 검객이 되는 것이 그에겐 가장 수치이다. 지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서툰 칼질을 두려워한다. 승패야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도 감당 안 되는 무기를 들고 자신 없는 초식을 펼치는 시인은 되지 않겠다고 그는 다짐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관영 씨는 늘 자기가 다루는 문체의 장단점과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히 알려 하고, 그 무기로 초식을 펼침에 한 점도 빈틈이 없기 위하여 다른 이의 초식을 살피거나 자기 초식에 다채로운 변주를 해보는 일에 한 치도 게으르지 않는다.
소설창작 강의를 할 때 나는 종종 ‘감동도 결국엔 기교로 완성된다’는 말을 하곤 했다. 감동과 기교의 우월을 나누는 건 아니고 단지 프로 글쟁이로서의 기술적 엄정함을 강조한 말이었는데, 적어도 이런 면에서의 엄정함에서 관영 씨를 따라올 만한 시인은 많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여름에 관영 씨를 모처럼 만난 술자리에서 아들과 함께 부대찌개 집을 하며 살고 있다는 근황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관영 씨는 지난 몇 년간의 팍팍한 삶에 대하여, 자기가 만드는 부대찌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에 대하여, 그리고 교회를 두 군데나 다니는 등 매상을 올리기 위하여 애쓰는 온갖 구차한 노력에 대해서도, 아니 그런 건 조금도 구차한 게 아니라는 푸릇한 눈빛으로 근래의 자기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음식 만들고 식당 운영하는 일에서 시가 좀 나올 것 같다는 것이다.
나는 오래 전에 읽은 어느 글이 생각났다. 음식을 파는 후배가 파전에 대해 쓴 글이었다. 시 소설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자기가 파전 만드는 일을 A4 용지 서너 장에 길게 적었다. 파전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자기가 하는 일, 밀가루 반죽을 뜨고 기름을 붓고 파를 얹고 뒤집고 불 조절하고 또 뒤집고, 그러면서 차츰 노릇해지는 파전의 색깔과 시시각각의 냄새를, 파전이 나가야 될 시간과 익어가는 정도의 시간차 계산을, 익숙한 손놀림이 아주 잠깐씩 흐트러지는 순간을, 그럴 때의 긴장을, 그런 일들 사이로 문득 찾아오는 고요한 침묵의 시간을, 자기가 쓸 수 있는 말들로 집요하게 적은 글이었다.
그 글이 얼마나 힘차고 감동적이었을지 짐작하리라. 자기 생을 긍정하면서 일상에 경건히 몰입하는 예쁜 발걸음이 거기에 꽃처럼 피어나 있었다. 왜 아니 그러랴. 나의 파전인 것이다. 나의 손님, 나의 가게, 그리고 돌아보면 저기 나의 식구들.
매포에서 술 마시던 그날, 내 앞에서 근황을 들려주던 관영 씨가 그랬다. 그는 당당했고 자부심 넘쳤으며, 무엇보다 지금의 자기 날들을 더없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부대찌개를 어떻게 끓이는지 말할 때의 그의 표정은 얼마나 씩씩하고 푸르렀던지, 듣고 있는 내 마음이 덩달아 설렜다.
아, 이 사람 한 세월을 지나왔구나. 그랬구나.
형이라 불리던 사람으로서 그 동안 적조했던 것이 나는 공연히 미안하기도 했다.
그의 시를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이번에 어떤 특집란에 시를 게제하게 되었다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관영 씨가 시를 보내주었다. 메일함에 시 몇 편이 우편엽서처럼 들어 있었다.
키친 휴지를 들고는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언제 적인가, 하룻일을 마치고는 몸을 못 이겨, 주저앉아 오줌을 눈 적이 있습니다 엉덩이가 그렇게 시원했던 적이 없었지요 왕겨 꽃을 매단 옥수숫대 너머론 일몰이 깔리고 있었고요 닳은 물풍선 터지듯 흐른 오줌이 흙을 움켜쥔 옥수수 뿌리께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앉은 눈에 뿌리의 힘줄이 보였더랬습니다 - <항문과 학문은 같다> 중에서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먹먹했다. 이 귀하고 아름다운 장면.
감동적이다. 시는 여기에서 끝나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누이를 떠올리자 맺힌 말들이 이어진다.
항문에 힘쓰고 항문을 닦았습니다만 학문을 열지는 못했네요 누이
허벅지에 힘을 뺀다는 거, 쉽지 않은 일이네요 키친 휴지를 들고는 뒷물하고 왔습니다 뒤집힌 닭똥집 같은 엉덩이가 안적은 쓸 만하답니다
세상을 향한 정면 승부는 이처럼 뒤가 문제, 이즈막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을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내가 등을 돌려도 정면에 있던 걸, 누이 눈빛으로 알았네요
제 걱정일랑 마세요 누이, 부엌의 마음을 알 듯도 한 오후 … 또 …
어느 사무친 누이가 있어 이런 말을 하고 있을까. 사내가 누이를 그리는 마음이 애잔하게 섧으면서도 따뜻하다. 사내는 수줍음도 많다. “부엌의 마음을 알 듯도 한 오후” 하는 말도 수줍고, 다시 또 소식 전할 게요 하는 말조차 차마 못하고 ...또... 하고 흐리는 마음도 수줍다. 이제 자기 걱정은 하지 말란다. 누이는 얼마나 기쁠까. 대견하고 안심 되어 손을 크게 흔들어 주시겠지.
좋다. 가슴이 저릿해진다.
대중없는 거, 눈치 채고는 있었다
배추를 네 망이나 사오고는 질겁했다
헤실바실 겉잎을 뜯어내다가는
이제사 요리사가 되었지 싶었다
김치 담글 일이 벌겋다 못해 간장 같은데
아깝다,
죄 모아가지고는 삶아서는 물 뺐다
쇠죽 냄새가 나는 그것을, 들쩍지근한 배춧잎 삶은 물을
산삼 우린 물인 양 들이켜고 싶었다
이즈막 사람 새끼가 된 것도 같고
우거지 맘이라는 걸 알 듯도 싶고
- <사단 후에 오는 것들> 중에서
얼마나 예쁜 시인가. 우직하다. 인생의 아주 경건한 순간들.
이런 시를 읽는 것은 큰 기쁨이다.
우려낸 다시마를 만지면
돌고래등껍질을 만지는 듯하다
다시마튀각은 깨진다 찡긴다
미역만 보면 괜히 눈시울,
미역국만 보면 마음이 뿌예진다
밥알을 말아서 입술로 먹으면
왠지 미안하고 괜스레 고맙다
미역을 그냥 잘게 잘라서 맨물에
오이채에 맨 소금 간,
싱거우니, 그래서 식염식초
그거 좋다, 암 것도 안 들어간 투명이 좋다
미역은 또 물과 어울려 노니, 맑아
이때는 업소용 레시피도 용서 된다
바다 소식 바다 소식 바다 소식
미끌거리는 미역과 사각거리는 오이와
찡기는 밥알이면 소식도 좋다
다시마야 제 물을 다 뺐으니 불어 미끌거리는 것
입 천정에 붙어도 이쁜 미역
신맛마저 맑은 냉국
미역만 보면 몸도 마음도, 멱 감 듯
해산한 듯, 다, 풀린다
- <냉국에 헤엄치는 여름> 전문
이 시는 끊어 읽으면 안 된다. 전문을 단숨에 읽어야 한다. 관영 씨의 천진성이 제대로 손 풀려, 혼자 레고로 열심히 장난하는 아이처럼 시가 흥겹고 툭툭 쌓아 올리는 말맛도 아주 좋다. 시를 읽은 뒷맛이 가을 햇빛 아래 상쾌한 축제의 아침처럼 개운하다.
참 좋은 시들을 읽었다.
축하하네 관영 씨. 부대찌개 먹으러 갈게.
<평자 약력>
임영태
문화일보에 소설이 당선되어 창작활동 시작한 이후 10권의 책을 내고, ‘오늘의 작가상’,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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