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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귀, 세상을 맛보다 외 4편/윤관영 본문
귀, 세상을 맛보다 외 4편
윤관영
이를테면 고수의 흐리기 그런 거다 맛은 입맛, 입에 따라 다 다르다지만 맛은 있다 입맛대로지만 입맛을 넘는 맛이 있다 웃겠지만 귀맛이라는 게 있다 손맛, 그러니까 손맛 이전이다 전표를 보기도 전에 외쳐지는 것에 이미 손 가는 손맛,
이전에 귀다 보기 전에 듣기다 끓어 넘치기 전에 소리 나기 전에 아는 게 또 코다 코맛은 없지만 있다 이를테면 섹스도 음식 같은 것 몸맛이라는 게 있다 반복해도 난해한 글처럼, 반복하고 반복해야 하는 음처럼 자꾸만 숨어드는 至極한 맛이 또 있다 애초에 되어야 하는 청음처럼, 의심하는 입맛처럼 장치를 넘어선 극미가 세상엔 있다 절망하게 만드는 맛이,
이를테면 이를 말이냐처럼
음식에도 귀명창이 있다 귀가 먹는 맛이 있다 후각은 답이나 마비되고 시각은 속고 몸맛은 길들여진다
세상엔, 귀맛이라는 지극이 있다
나이에는 테가 있다
무맛을 아는 나이가 있다
아려도 생무가 좋은 나이
무냄새가 좋은 나이
조림무를 넘어, 무말랭이를 넘어
무청김치맛을 아는 나이가 있다
장다리꽃 게을리 흔들리는
나비춤 지나,
양분은 꽃대에게 준,
말라붙은 물기 지나
무맛이 배보다 좋다는 그 거짓말을 이해하는 나이가 있다
무라 이름한 그 물통, 그 자리
맨대가리 잘린 무가 내어놓은
무청이 시래기가 되는 그 자리
무도 제대로 여문 것은 제 몸이 터진다
무청 잡힌 알무에 가슴패기를 맞아 吐血하고픈
무 속 같은 몸이고픈 저물녘이 있었다
나이맛을 아는 나이가 있다
흙내가 좋은, 제물에
흙맛을 아는 나이가 있다
바람맛을 아는 무청 같은
밥에는 색이 있다
물드는 것처럼 무서운 게 없다
김칫국물, 스며버린다
희미해질 뿐 안 지워진다
나갔던 김치에 국물을 붓고
새 걸 얹어도 층이 진다
밥물이라는 게 있다
밥은 색을 넘어 어떤 기운까지 빨아들인다
숟갈 젓가락을 넘어
입술지문까지 묻어난다
나갔던 밥에 밥을 얹으면
공구리 친 것 같다고 충고하는 친구가 있다
밥에는 마음이라는 게 있다
덜어 먹는 마음,
‘손대지 않은 거거든요’ 설명하는 마음
물들지 않은 밥은 못 버리겠는 마음이 있다
밥 풀 때만큼은 착해지는 손이 있다
밥장사하는 마누라 밥 버리게 하는데, 십 년이 걸렸다고
흥분하는 친구가 있다
그 진심을 듣고도 밥을 못 버리는
엉거주춤한 마음이 있다
버리고 우는 마음이 있다
돌아온 밥공기를 보면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람이 보인다
어두워야 깊다
간장은 끓어도 기포가 보이지 않는다
물안개 같은 김이 오를 뿐,
끓는 것이 아니라 꿈틀거린다
간장과 물의 비율이 반반일 때
물 대신 육수를,
반반이라도 간장은 … 어둡다
그 어둠이 속으로 속으로 스민다
간장이 끓으면서 끌어안은 설탕
식으면서 끌어안은 식초
맛은 종합이다 4분된 양파에
이쑤시개 침 맞은 고추에
이 종합은 스며든다
이 重水,
달여지는 간장이 순간 무섭다
잔인하지만 수장된, 순장된 양파는
자꾸 뒤집어주어야 한다, 뭔가
꿈틀거린다
물의 혈을 짚다
육수는 맛의 시작,
맛을 내는 것 잡내를 잡는 것
버려진 문갑의 등짝엔
주먹만 한 구멍이 있는데
술을 넣고, 가죽나무도 넣고
파도 넣고, 양파도 넣고, 무도 넣고
숨통을 트는데
길을 내는데
다시마도 넣고, 황태머리도 넣고, 넣고 넣어
끓이고 끓인다만 침을 놓는 것인데,
새구이맛은 날갯짓 때문
살 없는 살 때문
달군 쇠봉을 육수에 담가,
잡내를 태운다는 것인데
급소가 없는 물이지만
이 쇠봉이 육수를 잡아채 환골탈태시킨다는 것인데
맛을 내는 것보다
맛을 없애야 하는데
침 맞은 육수는 정사 후의 나른함처럼
힘 뺀 맛을 보여준다는데―
<시인의 말>
무식한 상상력?
* 오태환 시인이 ‘시, 좋다’고, 그래서 ‘안 쓰던 평을 쓰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는 속 없는 놈처럼 기분이 좋다. 살행을 끝낸 살수처럼 가을 호를 기다리고 있다.
* 무림에는 여러 문파가 있고, 문파마다 무공이 다르다. 무공이 다르니 다루는 무기도 다 다르다.
병중지왕은 검으로 치고, 중한 쾌속의 초식엔 도가 좋다. 소림은 봉을 쓰니 상대를 상하지 않게 수비한다는 철학과 관련되어 있고 개방의 타구 봉법은 호구지책이 만든 체험의 산물이다. 산적 같은 외공의 소유자가 폼 잡기엔 부가 좋고 드물게 시전 되는 음공의 무기로는 피리나 비파가 있다. 쓰기에 따라 막강하기론 궁이 있고 길어 유리하나 근접전에 불리한 창이 있다. 소지하기 편하고 은밀하기론 비도가 있고 폼 잡기엔 섭선과 붓이 좋다. 무게와 음을 겸비한 무기로는 종이 있다.
독이나 화약을 다루는 문파도 있다. 이것은 제조 비법이 중요한데, 다루는 무기로는 갈래가 약간 다른 얘기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모든 무기의 으뜸은 몸이다. 무기는 몸의 연장일 뿐이다.
무림에는 여러 문파가 있고, 문파에 따라 전수되는 무공도 다르고 주 무기도 다르다.
사문이 없는 나로서는 전수 받은 무공도, 그에 따른 무기도 없다. 내가 다루는 주 무기는 食刀다. 포정의 칼(솜씨를 따라갈 필요도 없고)이나 취모리검(이처럼 좋을 필요도 없다)과는 초식이나 그 기능 면에서 사뭇 다르다. 나에겐 나에게 맞는 칼과 나만의 초식이 절대하다.
상대에게 맛난 밥을 먹게 한 후, 살행에 착수하는 철학을 가진 살수지왕이 맘적으로 와 닿는다. 살행을 그런 폼잡아가면서 하려면 여간한 고수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 그건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최고의 경지다.
요즘, 나는 무식(?)한 식도신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추종은 아류의 아류에 지나지 않고, 동일한 방식의 연공은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마련, 외려 무식한 일관성이 고수자로 가는 길일 수 있다고 믿는다.
주방에 갇혀 살다 보니, 아니 매여 있다 보니, 무림의 정보와 동향을 모른다. 그 귀기난무 하는 무림을 속 깊이 알 수가 없다. 나는 나의 무식을 인정해야 한다.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그 출발점에서 나의 식도 신공을 높이는 제반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무력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승부는 내공이 좌우하는 법, 혼자 폐관수련을 할 처지가 못 되는 나로서는 일상적인 일거수 일투족이 초식일 뿐더러 내공 증진을 수반하는 수련법으로 내공을 드높여야 한다. 주방은 나의 연공장!
무식한 나의 식도 초식, 고수자의 대결에서는 칼의 길이가 짧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초식의 수련, 내공의 증진과 더불어 난 매일 칼을 간다.
나는 점점 더 무식해져 간다. 덜 무식해질 길이 안 보인다.
識度가 낮음을 부끄러워하되 食道의 길 속에서 나만의 食刀초식을 완성해야 한다. 무식이 자랑은 아니나 숨겨 봤자 몇 번의 초식 겨룸으로 들통 나 버리는 일. 더 무식해져 가기만 하는 현실 속에서 그 사실을 뼈아프게 인정하고, 짜장 더 무식해져야 한다.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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