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죽음도 영계가 좋다 외 1편/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죽음도 영계가 좋다 외 1편/윤관영

也獸 2014. 4. 12. 22:54

죽음도 영계가 좋다 외 1

윤관영

 

 

 

폐계는 압력솥에 질리게 삶아도 질기다

 

 

냉동 간 마늘은 녹여 쓰고는 재차 얼리지 않는다 냉동엔 두 번이 없다

 

 

냉동 분쇄육을 녹이면 생전의 상태가 보인다 영계는 자라기 전이다

요절은 도화빛, 육질이 환하다 죽음은 모든 색의 모음, 검은 색은 없다 녹여 쓰는 중인 분쇄육이 점점 색을 버려 먼짓빛에 가까워지고 있다

 

 

영계백숙은 젓가락으로 쥐기만 해도 다리뼈가 빠지고 허리가 분지러진다

 

 

토막 내는 칼 다짐 사이로 김광석의 목소리가 칼칼하게 해동되고 있다

 

 

음식은 죽음을 가린 화장술이다

목소리엔 고기의 상태가 들어 있다

빠져나간 소리는 즉시 포획되어 재차 냉동 된다 냉동 무한이다

 

 

 

 

 

 

 

 

 

쁘띠, 하고 말하면 웃음이

 

 

 

그 말을 경멸한 적 있다.

부르주아 앞에 붙여 썼는데, 요샌 좋다

기득권의 포기가 강권된 때, 졸업을 포기했다

간신한 수료인 셈인데, 박사보다 좋은 게 밥사란다

밥 파는 놈이 되었기에 망정이다

옆 미용실 원장은 쁘띠 같은 분

밥사보다 나은 게 봉사라니까

경멸해도 쁘띠 부르주아가 되었으면 좋겠다

쁘띠, 쁘띠, 쁘띠

밥사 주는 쁘띠가 되어야지

재활용을 내어다 놓는다 내다 놓은 것은 빈 것

올려다보아야 가로수다

봉사보다 나은 게 감사란다

(요사이 공자·맹자보다 더 치는 분은 웃자)

웃자 웃자자, 기지개를 켜본다

공무원이 대세라 주사를 치지만

술사가 땡긴다 가로수 한 번 올려다본다

 

 

한 박자 쉬는, 한잔 좋습니다

쁘띠 술사의 말씀입니다 절로 웃어진다

쁘띠 쁘띠 쁘띠~

 

<다층>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