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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통신

곧 2번째 시집이 나옵니다요.

也獸 2015. 5. 14. 23:07

 

송승호 화백이 그린 프로필 사진이 왔습니다.

표4글도 다 왔구요.

이제,

이준규 시인의 발문만 오면 됩니다.

그것도 곧 입니다.

느낌이 좋습니다.

 

건승하세요.

 

 

 

 

 

그의 시집을 처음 기획할 때 나는 그가 제안한 몇 가지 시집 제목 중 ‘오후 세 시의 주방 편지’라는 다소 촌스럽고 솔직한 제목을 속으로는 지웠다. 그러나 그의 시를 두 번째, 아니다 세 번쯤 읽었을 때, ‘세 시의 주방’과 다정하게 마주치게 된다. 이런 울컥, 그 미지의 시공이 거절할 수 없는 거친 표면처럼 묘한 페이소스로 다가왔다. 세 시와 주방은 일반인의 시간과 공간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시간이 아닌 것이다. 그 시간을 주물러 그는 무엇을 만든다. 그 관념의 무공해 음식을 만드는 장소는 주방이 아니라 몸이고, 오후 세 시는 주방이 멈추는 시간이다. 다시 컥, 시를 읽으면 윤관영의 시간이 나갔다가 다시 걸어 들어온다. 그가 쓴 세 시의 주방 편지를 보고, 독자들이 일단 웃은 다음 실컷 울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울면서 웃으려고 쓴 시이기 때문이다 /최호일(시인)

 

 

윤관영의 시는 맛있다. 입에 착착 감기는 입담이 맛있고 해학과 재치로 걸쭉하게 버무려 낸 돼지껍데기, 부대찌개, 호박잎 쌈, 우거지 된장국도 맛있다. 도랑물처럼 재잘거리는 현현한 수사들이 맛있고 가닝아, 간용아, 여, 이 놈아, 어이 논술! 로 불리는 굴곡 많고 비탈 진 삶을 환하게 끌어올리는 긍정의 힘이 맛있다. 무엇보다 윤관영 시의 힘은 진정성에 있다. 땀방울에 절은 비루하고 핍진한 삶의 세목들을 발설하되 결코 힘들다고 엄살부리지 않는다. 다만, 특유의 재기발랄한 목소리로 튀기고 삶고 무쳐서 가볍고 맛있게 들어 올릴 뿐이다.

자 이제, ‘오후 세시의 주방’에서 시인이 차려낸 푸짐하고 정직한 밥상을 세상이 받아먹을 차례이다. -“물잠자리 날개 같은 홑청, 이불을 터니 꽃 그늘이 어두워 환합니다. 목젖이 부어, 봄 진동”인 오월 어느 하루. -송종규 시인-

 

 

문어를 한 마리 사서 삶아 보낸 적이 있다. 주머니에 찔러 준 차비를 받아 내려온 적이 있다. 내 집에 와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다. 하루 쉬러 왔다 했다. 그는 밤새 물을 마셔댔다. 아침에 삼계탕 국물에 밥을 먹여 보낸 적이 있다. 나는 출근을 했고 그는 그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가 두 번째 시집을 냈다. 통나무로 만든 도마 같은 시집. 손바닥으로 도마를 쓸 듯 만져본다. 칼자국과 온갖 음식냄새가 배어 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탁탁탁, 칼질소리가 들린다. 나는 가지 쪄서 무친 것을 좋아한다. 침이 넘어간다. 씹을수록 구뜰하다. 받아든 한 상이.

- 고영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