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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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식당소란1,2/윤관영

也獸 2020. 8. 5. 00:30

식당 소란 1 1

윤관영

 

 

패널에 듣는 소리

좋았다

옥탑방, 추녀에 떨어지는 빗소리 좋아

견뎠다

여전한 촌놈

비 오면 손이 뜸해도

오는 비 보며 어닝 아래 김치 익어가듯 좋았다

좀 더 와야 해갈이 될텐데,

괜한 걱정을 더해

아스팔트 낀 때가 빠질텐데

기대까지 더해 빗줄기, 종달종달

보고 또 보았다

해바라기가 있다면 비바라기가 있고

눈바라기가 있고 또 사람바라기가

있다

쭝긋쭝긋

저 사거리 모퉁이, 외우 고개 빼면서

가로수 이파리 흔들리는 그 너머

뻘쭘해지는 그런 때 있다

괜스레

행주나 훔치면서

할금할금 내다보면서

무슨 장사 노 나는 것마냥

비나 눈 와야 안면 풀리는

여북 촌스런 도시놈 있다

한잔 술 된 놈같은

 

 

 

 

 

 

 

 

 

 

 

식당 소란 2

 

 

요냥, 돼지껍데기 만만치 않다

 

이놈을 사다가

애벌 삶아 겉물을 버리고는

약간의, 소금과 된장

기분 나면 대파와 말린 칡을 더해

삶아 둔 적 있다

뜨거울 때 잘라야 해서, 잘라

봉지에 담아 노누어 얼군 적 있다

 

비 오거나 눈이 오거나 괜스레 울적해지면

꺼내서, 알싸하게 소주 한잔 기울인 적 있다

 

그걸, 장만해 놓고는 누굴 기다린 적 있다

요즘도 그런 걸 하냐고

그도 그걸 좋아하냐고 묻지만

 

그건 사람을 기다리는 나만의 방식, 절로 되는

그가 그를 기다린다는 걸 모를 수 있지만

안 내켜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건 그의 일

 

요날요때 돼지껍데기는 껍데기가 아니다

세월이야 돈피 같은 것

내가 기다리고 있고, 그건 진행 중인 일이지만

나를 접대하고 있는 나를

돼지껍데기 기름에서 본다

그 거울에서

 

 

 

 

 

 

<문학과창작>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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