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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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부탄/강신애

也獸 2020. 12. 26. 15:31

부탄

강신애

 

 

히말라야 산기슭

은둔의 왕국에서는

첫눈 오는 날이 공휴일이라지요

 

관공서도 쉬고

거리마다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

자카란다꽃 같은 사람들

 

집밖에 눈사람이 서 있으면

눈사람을 만든 이에게 한턱낸다지요

늦잠 잔 벌로

 

첫눈 오는 날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봅니다

 

신을 닮은 이방인이 서 있나

회색의 텅 빈 우주가 서 있나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그건 몰라도 난 물가에 집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 부탄가스에 삼겹살을 굽는 사람이다.

첫눈이 와도 눈사람을 만들 정도라면 꽤 와야 되는데, 그런 기대는 싱겁게 내리다 마는 눈에, 심정적 기댐이 그냥 녹아 없어진 적이 대다수다.

부탄 같은 곳에 가서 바지락 칼국숫집같은 걸 하고 싶다. 나는 좀 게으르고도 싶으니, 손칼국수는 내 몫이 아니다. 칼국수처럼 밋밋한 얼굴과 몸을 하고 오는, 대충 건성인 듯, 그런 소주 같은 얼굴이면 된다. 또 내가 하는 칼국숫집에는, 요즘처럼 회전율 높이기 위해 술 안 파는 그런 데 말고, 해장술 한잔은 되는 그런 가게면 좋겠다.

우리 가게 앞에다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사람은 우리집 복을 비는 사람이니, 일년내내 무상식객 되시것다. 손님이야 그가 빈 복으로 만들어질 터이니까. #강신애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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