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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스캔들/이인원 본문
스캔들
이인원
늦가을에 핀
파리한 진달래꽃에게
어쩌려고! 라고 너무 다그치지 마라
꽃이 핀다는 것은 어쨌든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말이 되게 해 보려는 눈물겨운 안간힘
정말이지
모란이 지고 나면 그냥 그뿐인 일
뭘 좀 어찌해 보려고
쑥덕쑥덕 피는 말들과는 상관없이
꽃은 다만 어쩔 수 없어 핀다
시퍼런 당신들보다 더 무섭게 입 꾹 다물고 핀다
봐라
장미는 여왕이 되려고
불평 없이 가시방석에 앉아 있고
며느리밥풀꽃은 부엌데기로
찬밥 신세가 되고
아무 죄 없이 사는 것보다 더 큰 죄는 없으니
벌써 오래전 게임이 끝난 줄 모른 채
끝까지 함구하고 있던
섭섭한 봄빛
시샘하지 마라
언젠가 당신 겨드랑이에도
어쩔 수 없는 꽃
불쑥 피는 날 있을 것이다
꽃들은
서로서로 꽃같이
핀다
*그러니까 꽃은 피고 싶어 피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꽃은 피고 싶다고 또 피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 저마다의 사정과 저마다의 과정이 있는 것! 그러니까 꽃이다.
그러니까 꽃은 어쩔 수 없이 피기도 하고 그러니까 꽃은 어쩔 수 없어 피기도 한다. 꽃이 피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 할 수도 있지만 이유가 없어도 피는 게 꽃이다. 그러니까 꽃은 설명할 수 없고 설명 되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러니까 꽃이다.
그러니까 꽃은 철이 없고, 아니 철을 넘어서고, 그래서 나는 철딱서니가 없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분홍색으로 질문했다』이인원 시인의 시집은 연분홍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