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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이사/서수찬 본문
이사
-서수찬
전에 살던 사람이 버리고 간
헌 장판을 들추어내자
만 원 한 장이 나왔다
어떤 엉덩이들이 깔고 앉았을 돈인지는 모르지만
아내에겐 잠깐 동안
위안이 되었다
조그만 위안으로 생소한
집 전체가 살 만한 집이 되었다
우리 가족도 웬만큼 살다가
다음 가족을 위해
조그만 위안거리를 남겨 두는 일이
숟가락 하나라도 빠트리는 것 없이
잘 싸는 것보다
중요한 일인 걸 알았다
아내는
목련나무에 긁힌
장롱에서 목련꽃향이 난다고 할 때처럼
웃었다.
_
시가 굳이 따듯할 필요는 없지만 이 시는 따끈한 찐빵을 쥐었을 때처럼 읽는이에게 어떤 기쁨을 준다. 그것은 마치 내가 어제 한 잔 때린 속에 부대껴 터미널에서 차를 기다리다 김나는 찐빵을 한 개 든 것처럼 따듯하다.
이 시의 경험은 이사 경험, 누구나 한 번은 치렀을 이사. 이 시는 그런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돈 많은 부모로부터 애초 집이 주어지지 않은 바에야 반지하와 긁힌 농짝의 체험이 있으리라. 내 경우, 튼튼한 것으로 산 보르네오 원목가구는 20여년을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이사를 힘들게 만드는 애물이었다. 이사하면 그런 농짝도 염려되지만 무엇보다 어머니가 소금을 뿌리고 요강을 먼저 가져다 놓던, 뭘 그런 걸 해요, 하던 아들의 핀잔(?)을 피하여 하던 어머님의 행사가 기억난다. 농을 들어낸 곳에 아들이 놀던 장난감과 특히 바람 빠진 장난감에 마음이 아팠다.
아마도 화자는 장판을 새로 깔았나 보다. 장판을 들어내는 과정에서 본 듯하니 말이다. 그것을 보고 무능한 신랑 탓하며 이사할 법한 아내가 '목련에 긁힌/장롱에서 목련꽃향이 난다고 할 때처럼' 웃었다니 아마도 그 저녁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하고 집안의 풍요를 빌면서 아이를 만드는 통과의례를 겪지 않았을까 짚어진다. 역시 잘 싸는 것보다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막 흘리고 (남자가) 다녀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마는, 암튼 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