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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석류/정하해 본문
석류
-정하해
그를 돌려세운 후
가을볕은 우거지고
그 볕살, 진이 나도록 밟다가
기어이 홍진 속으로 퍼드러졌던
끔찍한 날 말없이 지켜보는
그가 수상해
그만 짜개어보는 실수 범하고 말았습니다
천지신명이여!
그를 업신여겨 두 동강낸 죄
저 핏덩이 내부까지 들어간 죄
잠시 미쳤던가 봅니다
헌데,
누군가 사랑을 또 청하고 있습니다
멀쩡하던 내가 알갱이째 뽑힐 것 같습니다
_
난 시가 감동적이거나 감동이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형식과 기법에 관계없이 좋은 시는 존재한다. 실험시도 좋은 시는 존재한다. 좋은 시는 기본적으로 그 기법이나 난해 여부를 떠나 생의 끌땅이 내재되어 있다. 아마도 그 좋은 예가 기형도일 터이다. 그의 시는 쉽게 파악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가 않다. 그것은 그가 본질적으로 끌어안은 생의 질곡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시는 그냥 좋다.
그를 돌려세운 후, 라는 것은 어떤 사람과 이별한 후라 보여진다. 그 여파로 화자는 (가을볕이 우거질 수 있다니, 좋다) 볕살을 진이나도록 밟는다. 아마도 이별의 아픔 때문에 저절로 그러고 있었으리라 보여진다. 그러한 나의 시난고난, 이합집산, 후안무치를 지켜본 것은 다름아닌 석류! 그런데, 여기서 일이 벌어지니 짜개어 보는 실수를 범하고야 만다. 실수라는 것은 저지르고 나서 하는 후회, 그 자책은 저 핏덩이 내부까지 들어간 죄를 상기시키고 잠시 미쳤다는 인지에 이른다.
그런데, 또 다른 반전이 있으니 자신이 석류가 되니, 알갱이째 뽑힐 것 같다니, 이는 생이 주는 황홀이 아닐까 한다. 모든 사랑은 당하는 줄 알면서 하는 것! 아니 당하는 것이 기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시는 그러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알갱이째 뽑힐 것 같다는 그 두려움이 주는 기대감이, 사랑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