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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조팝꽃/김산옥 본문
조팝꽃
김산옥
꿀벌이 조팝꽃에 앉을 때
꿀벌은 자기 몸이 크다는 걸 안다
벌어질 크기도 깊이도 갖지 못한 조팝꽃 앞에서
떨림은 꿀벌의 몫이다
조팝꽃이 들인 방이 하도 작고 낮아
앉는 순간 꿀벌은 조팝꽃에게
너무 가까이 가고 만다
뒤척이기에도 조심스러운 곳
조팝꽃에 앉기 위해
날개가 뽑혀나가도록 집중하는 꿀벌
한 번 맞춰진 초점
다시 초점이 되지 않는다
꿀벌이 조팝꽃에 앉았을 때, 꿀벌이 자기 몸이 크다는 걸 알까? 욕망 때문에 못 느낄 지도 모른다. 알아도 욕망에 의해 달아오른 몸은 멈출 줄 모른다. 그러니까 ‘벌어진 크기도 깊이도 갖지 못한’ 상태라 할지라도 ‘떨림’으로 맞추어서라도 욕망에 집중한다. 아니 몰두한다. 그것은 ‘날개가 뽑혀나’갈 지라도 어쩔 수 없는 형국이다.
조팝꽃과 꿀벌의 사랑은 긴밀하지만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것은 ‘조팝꽃이 들인 방이 하도 작고 낮아/앉는 순간 꿀벌은 조팝꽃에게/너무 가까이 가고’ 말기에 그렇다. 사랑에도 일정한, 좀 객관화 할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하다. 뒤척이기에도 조심스러운 둘의 상태니 그 상태가, 그 카타르시스가 오래 지속될 수가 없는 것이다. 꿀벌이 욕망할 때야 제 날개 상하는 줄도 모르지만 그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움으로 인해 ‘한 번 맞춰진 초점’은 ‘다시 초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슬프다. 그래서 사랑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가까이 왔다고 믿는 순간이 오면 당신은, 객관적인 거리라는 걸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잘 안 될 것이다. 놈은 꿀벌처럼 맹목적일 것이고 그 맹목이야말로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위하는 계산되지 않은 감정이라고 꿀벌처럼, 꿀벌이 처음 조팝꽃에 앉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곰실곰실 속살일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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