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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김남조 선생 시집서평 본문
사랑, 그 다양한 변주의 시
윤관영
김남조 선생의 활판 시선집 『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래』(이하 ‘『오늘』)의 평을 쓰기 위해 서문당 판 『金南祚 詩全集』(1983)까지 읽었다. 선생의 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오늘』에는 선생의 시력 일 갑자의 세월이 초기, 중기, 후기로 20편씩 나뉘어 실렸으며 후반부에 신앙시와 환경시로 분류되어 20편씩 실려, 엄선된 시가 도합 100편이 실려 있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선생의 시가 있다.
떫은 사랑일 땐
준 걸 자랑했으나
익은 사랑에선
눈멀어도 못다 갚을
송구함뿐이구나
—「사랑 草書 ․ 53」
시에 있어서 <언어>의 중요성을 말할 때 인용하고는, ‘송구함’이란 말 때문에 이 시는 오롯하다고 아는 척을 하고는 했다. 이번 시선집 『오늘』에서는 짧은 시들은 빠졌고 선생의 시력을 대표할 수 있는 비중 있는 시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번 시선집을 읽으면서 선생의 시가 <사랑>의 시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정인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환경 및 자연에 대한 사랑, 종교적인 사랑, 시에 대한 사랑 등 그 곁가지는 사랑이란 큰 줄기에서 뻗어나왔다.
사랑은 선생 시의 도처에 편만해 있다.
‘사랑은 인생의 별,/고독한 영혼의 창문에서/보는 거란다/사랑은 인생의 통곡,/고독한 영혼의 창변에서/우는’(「얼굴」) 것이며 ‘사랑은/말해버린 잘못조차/아름답’(「사랑의 말」)다고 여기고 있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 일만 빼곤/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진작에 고백했으니/이대로 판결해 다오(「참회」)
죄를 자청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 사랑에 대한 이러한 진술은 여러 길로 뻗어 나갔는데, 그 중 자별한 것이 정인에 대한 사랑이다. ‘신이 한 가지만을 주신다 하면/나는 역시 한 남자를 갖겠다’(「범부凡夫의 노래」)」고 하는가 하면 사랑에 대한 고백이 편지로 곡진하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편지」전문
사랑은 저절로다. 누가 시켜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랑은 그가 사랑한 만큼 외롭게 하는 법이어서, 만나는 기쁨만큼이나 별리의 슬픔이 더 큰 법이다.
사랑하노라 사랑하노라던 사람/떠나고 없음이여/미워하면서 나를 미워하면서/이제도록 내 옆에 남아줌이 더욱 백 배는/고맙고 복되었을 것을/…/당신이여/불씨 한 줌 머금고 죽어도 좋을/이 외로운 겨울밤 겨울밤
—「설목雪木」부분
사랑은 가고 화자는 눈 맞은 나무와 같은 존재가 된다. 이별의 아픔과 만남을 기원하는 사랑의 서원은 시「낙엽」,「상사」에도 들어 있다.
‘나뿐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가슴을 통과하는 절실한 심정이 있는 거기에 힘과 호소의 뿌리를 두고 시인들은 시를 쓰는 듯’하다는 책머리 글처럼 선생의 시는 자연과 환경, 그리고 사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무게를 견디는 자여/나무여/새 둥지처럼 불거져 나온 열매들을/추스르며 추스르며/밤에도 잠자지 않네
—「나무들 ․ 5」부분
누구 가랑잎 아닌 사람이 없고/누구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는/불붙은 서울에서/금방 오므려 연꽃처럼 죽어갈 지구를 붙잡고/살면서 배운 가장 욕심 없는/기도를 올렸습니다.
—「목숨」부분
이처럼 선생은 자연을 통해 배우며 예찬하는 자다. 죽어갈 지구를 붙잡고 기도를 올리는 자다. 가장 욕심 없는 기도를 올려야 된다는 사실을 체득한 자의 낮으나 힘 있는 소리가 선생의 시에는 있다.
주일은 꽃을 둔 식탁에/아침목욕을 마친 아이들을 앉힌다/밝고도 유순한 눈매가/태어나던 그 날의/내 자식으로 돌아들 왔구나
—「주일」부분
선생은 유순한 눈매의 아이들을 둔 어미다. 유순한 눈매의 아이들은 저절로 그리 되는 것이 아니다. 주일만큼은 꽃을 둔 식탁에 아침목욕을 시키는 정성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거기에 왜 어미로서의 고통이 없으랴.
엄마를 닮아
감상에 시달림이 고통이라는
그 미안한 내 아들아
하기야 우리 모자
감상엔 도통했지
어린애 위장처럼 아무 때나 허기지고
열여섯 그대로의 사춘기로
평생을 살아가는 우스꽝이라니
…
아들아
엄마를 닮지 말고
엄마에게 배우지도 말아라
—「아들에게」부분
자식 사랑도 사랑, 어미는 자신을 닮아 피했으면 싶은 유전적 결함을 지닌 아들을 아파한다. ‘감상’이야말로 경쟁 세상을 살아 가는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 그러니 어미가 그런 아들을 아파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사랑은 자식을 넘어서서 이제 神에게로 간다. 그의 궁극적 기원에는 神이 있고 詩가 있다. 그에게 신은 서원의 대상이기 보다는 자신을 성찰하는 궁극적 거울이다. 아래의 시는 그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대상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이 옳기에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말할 뿐이다.
저의 기도는 아뢰이기 전에 밝히 살피시는 바
과연 그대로이옵니다
기도말의 처음은 침묵이니 나타내지 못할 찬미요
연이어 침묵이니 줄줄이 찬미이옵나이다
—「기도」부분
선생의 사랑에는 神과 동격인 존재로 詩가 있고 시는 선생의 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생활이며 시며/도무지 사치한 상처라/이를 밖에/가슴이 비어/아무 말도 적지 못한 원고지로/하얀 종이학을 접는’(「종이학」)다고 시 쓰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으며 ‘나는 시인이 아니다/시를 구걸하는 사람이다/이 고백 진심이었다//백기 들고/항복 항복이라고 굴복한 일/여러 번’(「나의 시에게 ․ 4」)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끝내는 염려와 부탁을 시에게 하고 있다.
이래도 괜찮은가
나의 시여
거뭇한 벽의 선창 같은
벽거울의 이름
암청의 쓸쓸함
괜찮은가
…
나의 시여
날마다 내 앞에 계시고
어느 훗날 최후의 그 한 사람
되어 주겠는가
—「나의 시에게 ․ 1」부분
선생은 책머리에서 ‘시는 절대적 단독행위의 소산이며 이 때 무력감의 밑바닥까지 침몰하게 되고 거기에서 눈 뜨는 무능의 자각과 겸허가 조금씩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왔다’고 말하고 있다.
선생의 시가 사랑인 것은 이처럼 자각을 통한 겸허가 그 바탕이 되었기도 하지만 그 것이 다양한 사랑의 형태로 시에 나타났다. 최근 선생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는 시 「벌」을 인용하면서 부족한 평을 마친다.
하느님
다른 벌은 면해 주십시오
재주 없이 시 쓰는 이 형벌이
한 평생 사계절의
비바람 넉넉하듯
제게 넘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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