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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풍경 4 본문
풍경
윤관영
돌무덤에는 청사들이 우글거렸다
찔레꽃이 껌딱지처럼 흔들거렸다 그랬다
미루나무가 검어진 여러 달토록
리어카 끌고 간 여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빨랫줄에는 국숫발이 흔들거렸고
우물 펌프는 쥐 소리를 냈다 그랬다
큰남아가 계집애를 업고 미루나무를 바라보았다
찔레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판의 메밀묵은 손등처럼 터져 있었다
버럭더미는 뱀들로 들썩거렸다
지구팽이는 돌아도 제자리에서 돌았다
루핑 지붕에서는 초콜릿 같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랬고 그랬고 그랬다
소문은 국숫발처럼 휘날렸고
쌓인 연탄은 젖어
무너졌고
미루나무는 달빛에
검었고
찔레순 같은 계집애는 등에서
뱀 울음 소리를 냈고
그랬다 思春期 이명,
기저귀 날리듯 국숫발 날리는
여인이 아직인,
맨대가리 기계충 같은,
찔레꽃 핀 날이었다
계간 『시와 사상』 2011년 겨울호 발표
윤관영 시인
1961년 충북 보은 출생. 1994년 《윤상원문학상》으로 등단. 1996년 《문학과 사회》 가을호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어쩌다, 내가 예쁜』(황금알, 2008)이 있음. 현재 『미네르바』 자문위원. 2009년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 추천시인: 송종규 시인
껌딱지 같은, 찔레꽃의 어떤 환유
어둡고 괴기하고 스산한 한 장의 풍경 안에서 더 이상, 찔레꽃도 미루나무도 반짝이지 않는다. 누군가 떠나가고 돌아오지 않는 풍경 속의 빨랫줄은 더 이상 적요하지도 평화롭지도 않다. 버럭더미, 돌무덤은 뱀들로 들썩거리고 우물 펌프는 더 이상 싱싱한 물소리를 퍼올리지 않는다. 어린 계집아이는 더 이상 재잘거리지 않고 흉흉한 소문은, 국숫발처럼 빨랫줄 위에서 펄럭인다.
껌 딱지 같은 찔레꽃, 달빛 아래 검은 미루나무, 쥐 소리로 끽끽거리는 펌프, 손등처럼 터진 메밀묵과 묵 판처럼 터진 사람의 손등, 초콜릿처럼 검은 빗방울을 받아내는 루핑 지붕.
이 암담하고 검은 이미지, 불온한 기억들은 아득한 세월 저편에서 걸어나와 흰 종이 위에서 재현된다. 그 검은 시간은 실존에 대한 불안과 결핍과 소외의식으로 가득한 기억의 집합이고 불운했던 ‘큰 남아’의 유년의 기록이다. 그리고 불행했던 시대를 관통해 온 한 사람의 개인사이면서 암담한 사춘기를 건넌 한 시대인들의 얼룩진, 과거사이기도 하다.
시 <풍경>은 껌딱지 같이 누추했던, 쥐와 뱀들이 우글거리는 ‘맨대가리 기계 충’ 같았던 아픈 봄날을, 세월 훌쩍 뛰어넘어 21세기 초 어느 환한 봄날에, 한 장의 음습하고 아프고 괴기한 풍경으로 재현해 내고 있다. 그 검은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흡인력은 어떤 기교나 감정의 노출도 배제된 담백한 문장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사건들은 허구일 수 있고 무의식 속에 꽈리 튼 환영일 수도 있겠지만, 암울한 시대를 기술하는 시인의 음성은 시동 담담하다는 것. 다만, “그랬고 그랬다 그랬다”라는 중얼거리듯 낮은 목소리는 이 암담했던 날의 기록들은 사실이라고 소리치고 싶은 시인의 내면처럼 읽히기도 한다.
‘리어카를 끌고 간, 돌아오지 않는 여인’ 은 검은 이미지들의 발원지일 거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그녀가 부재하는 세계는 불완전하므로 불구이고 그녀의 부재 속에서 실존은, 달빛을 받아 ‘검은’! 미루나무와 ‘맨대가리 기계충’! 같은 서러운 날의 또 다른 환유로 자리를 바꿔 앉는다. 그녀의 부재로 인해 발생되고 파급된 어두운 이미지, 소외와 결핍의 인식으로 점철된 <풍경>은 ‘그랬고 그랬다 그랬다’에 와서 문득 멎고, 문득 뭉퉁그려진다. 그리고 ‘그랬고 그랬다 그랬다’에 와서 문득, 폭풍 같은 슬픔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뜨거운 상처가 피워 올린 찔레꽃의 개화를, 흰 종이 위에 껌딱지처럼 핀 얼룩들을 아프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윤관영의 시 <풍경>이 담담하게 언술하는 부재의식, 공포와 미완과 상실에 대한 인식은 실존에 대한 끝없는 질문이고 존재의 모순에 대한 또 다른 형식의 발설방법이다. 씩씩하고 해학적이던 윤관영의 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어쩌면 유년의 불운을 고백하는 듯한 이 검고 기이한 문장들은 밝고, 튀고, 긍정적인 일련의 그의 시들과는 변별된다.
“맨대가리 기계충 같은” 풍경 위에, 시인의 다른 시에서 따온 “꽃나무가 들어버티고 있는 절정/ 절정엔 이후가 급박하다”라는 ‘절정’의 문장이 겹쳐진다. 다시 “절정은 져 환하다/ 후회막급이다” 라고 말하는 절정의 문장은 아름답다.
【웹진 시인광장 Webzine Poetsplaza SINCE 2006】2012년 6월호(2012, June)
송종규 시인
경북 안동에서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년 《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둥지, 1990), 『고요한 입술』(민음사, 1997),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시와반시사, 2003), 『녹슨 방』(민음사, 2006) 이 있음. 2005년 대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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