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목이와 운이라는 놈/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목이와 운이라는 놈/윤관영

也獸 2012. 6. 9. 09:08

목이와 운이라는 놈

윤관영

 

 

나무는 구름에 구름은 나무에 닿고 싶어한다네

去頭截尾 당한 나무는, 팔다리마저 잘린 나무는 살가죽에 삐죽 귀를 내밀 수밖에 없다네 목이(木耳)와 운이(雲耳)는 근연종, 불린 다음 밑뿌리 다듬어서 살며시 데친다네 귀의 소름인 솜털 같은, 소금 같은, 세월을 털어내야 한다네 귀때기를 씹는 듯한 아드득아드득 아득한 맛, woodcloud는 소리조차 비슷하다네 잡채 면을 섞어 잡는 목이, 피망과 홍당무로 색을 낸다네 중국에서 무얼(木耳)이라 불리는 이것, 점자 같은 맛이 난다네 여태후에게 눈이 파이고 혀 잘리고 팔다리 잘린 채 돼지막에서 살아야 했던 척부인처럼 모든 몸의 말을 저장했던 목이에는 느릿느릿 느리게 풀리는 소리가 있다네

무얼 드시겠습니가? 더럭 겁이 나긴 하지만 무얼 먹겠나 무얼, 한 접시 구름귀 추가 흙내 나는 검회색 꽃잎을 펼쳐 보이는 목이 동물의 귀를 닮았다네

귀에는 땀이 안 난다네 보면 보인다네 솜털은

 

  <열린시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