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물로 보다/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물로 보다/윤관영

也獸 2012. 9. 2. 13:06

 

<신작시>

 

물로 보다

윤관영

 

 

  물이 영어로 water? 오우 No, 물은 셀프!

  밥때, 물 가져다 주다 판날 판에 누가 그런 기막힌 생각을 다 했을까요 물은 셀프 모셔다 먹어야 합니다 물은 셀프 스스로인 자를 돕는 원형입니다 물은 it-self, 모든 존재의 태초입니다 모셔 받드는 게 당연지사, 당신은 다만 冷溫을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주입시켰을까요 정수한 것이지만 이것은 물입니다 못 박았을까요 날 물로 보는 거요? 오우 그야말로 대길인 일, 물 먹이는 놈이야말로 고마운 분이시죠!

  잘리고도 칼날에 들러붙는 모든 야채는 물이죠 물 많은 놈들이죠 그들은 물의 근연종 제 말씀을 물로 들으시길 오우 물은 셀프라니까요 모든 맛의 원질, 콘크리트의 시초, 스스로인 온전체, 하늘조차 이루는 채움, 받아 모셔 마땅한 땅의 셀프랍니다 어느 놈,

  이었을까요 물이 셀프란 걸 눈치챈 그분은?

 

 

 

 

 

 

 

 

 

 

 

 

 

 

 

 

 

 

 

<근작시>

 

호박, 등신불

-당백은 一當百의 준말로 거수례 구호다.

 

 

호박오이, 호박가지, 호박고구마

그러니까 호박은 다 되는 절대 교배자

일인당백, 무한 빨판이다

해거리를 안 해도 병충해가 없는 수박은

호박에 접붙인 결과다 수박인 호박, 고래로

호박꽃에 코 박고 들어간 게 코끼리다

고래서 코가 늘어났다

그 귀는 호박의 유전자다

호박꽃을 우습게 보고 난장치다

빨려 들어간 게 나다 우수가 빨려들면서

이승을 향한 애원의 눈빛이 나의 좌경적 성향이 되었다

이마가 넓어지면서 눈썹이 순해졌다

초년운이 바뀌고 귀가 늘어났다 삼복염천에,

잎사귀가 늘어질망정 빈 줄기를 세우는 게 호박이다

그지없이 기고 타오르는 게 호박이다

제 몸으로 제 그늘을 만드는 호박

제 속에 저를 심는 호박

나는 호박관영, 절망할 때조차, 전진한다

밤에는 꽃을 닫는 호박, 줄기도 모르는 새 호박을 달고

지형에 상관없이 덮어 내달리는 게 호박이다

호박관영이다

시렁 위, 똥구멍 통풍되게 모셔지는 부처 호박

소리는 늘어져 본 적 없는 잎에서 나는 것

끊길망정 놓지 않는 빨판

교배는 교배인 줄 모르게 진행된다

나는 나를 믿고 돌진 돌진 돌진

세파를 덮는, 호박관영

 

내가 나에게 거수례를 붙인다

다앙배액<시산맥> 2011년 겨울호

 

<시안>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