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너무 커다란 냉면 그릇/이인원 본문

맘에 드는 시

너무 커다란 냉면 그릇/이인원

也獸 2013. 2. 26. 01:17

 

그때

그쯤에서 그만 너를 놓쳤어야 맞다

그리고 지금 막 냉면그릇을 집어든 속도만큼 잽싸게

나를 주워 올렸어야 했다

 

설거지 하다 놓친 냉면그릇 하나

절망의 바닥을 친 울음 온몸으로 울고 있다

얼른 집어 들자 뚝 그치는

가을 무 자른 듯 단면이 깨끗한 이 울음소리.

 

그때 나는

너무 커다란 냉면그릇을 들고 있었다

울음소리 보다 더 질긴 너를 들고 있었다

나 보다 더 무거운 절망을 들고 있었다

 

바닥을 칠까 두려워 아예 바닥을 들고 있었다

 

시집 <궁금함의 정량>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맘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산홍/박수현  (0) 2013.03.27
비박/김은경  (0) 2013.03.27
개가 뼈를 물고 지나갈 때/박지웅  (0) 2013.02.01
찔레나무/고영민  (0) 2013.01.29
에덴극장/오늘  (0) 201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