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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통신

부자부대찌개에서 보내는 편지

也獸 2014. 3. 5. 11:24

 

 

그리운 누이께 1

누이^^
며칠 전 가게에 반가운 손님이 왔었어요.
밤 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더라구요. 받자마자 들리는 소리는 ‘형, 어디예요?’ 였구요. 전, 그냥, 공 차는 반바지 차림으로 있다가, 책을 보고 있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이지만 나가 봐야지.’ 하고는 나갔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사생활이 없겠구나 싶겠지만 멀리서 택시까지 잡아타고 온다는데, 그 정성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었지요. 더구나 우리 가게 오려면 ‘모, 부대찌개를 아주 맛있게 한다.’고 거의 설명에, 달래서 올 테니, 아니 고마울 수가 없죠. 게다가 늦은 시간이면 다들 배도 부를 텐데, 구석진 가게에 거의 억지로 끌고 오는 거지요, 뭐. 전 또 움직이지 못하는 차에, 사람을 보는 즐거움까지 있으니, ...기쁨은 또 두 배랍니다. 누이도 아시죠? 김요일 시인^^ ‘자주 못 와서 미안하다,’고 그러던데, 그런 의리 있는 사람도 드물죠. 하하~

오늘은 동네 페친이 왔었어요. 신랑하고 아이 둘, 이제 돌도 채 안 된 아이하고 말이에요.
저번에는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 와서 몹시 고마웠던 적이 있었지요. 부대찌개 먹으러 움직이기엔 아이 채비 차리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닐 텐데 말이죠. 그 마음을 아니까, 고마웠죠.
신랑하고 아이 둘하고 들어서는데, 괜히 마음이 짠한 거예요. 왜냐하면, 점심 바쁜 시간을 일부러 피해서 왔구나 하는 생각이 잡혀서 였어요. 근처 하늘공원을 산책하고 왔다고는 했지만, 밥 한 끼 먹는 거동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하하^^ 그래서 누이, 시집 한 권 사인해드렸어요. 요사이는 잘 안 하는 짓인데, 말이에요. 하하

누이^^
제가 후배 작가한테 그날 한 잔하면서 말했어요.
“소설문학은 이제 꼭 읽어야지.”
그랬더니, 후배가 거기에 작품 발표한대요. 하하
시만 읽지 말고,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라도 편식하지 말고 책을 볼 셈이에요. 언젠가 제가 ‘무식한 상상력’ 운운 하면서 공부 안하고 있는 현실을 정당화했는데, (ㅎㅎ 오늘부터 인 셈인데) 이제 공부 좀 하려고요. 하하
페북도 부대찌개 직원 페북에서 시인 페북으로 나가려해요.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서두) 장삿속으로 하는 거 같아서 늘 찜찜했거든요. 장사는 어지간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줄입니다. 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