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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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의자/채수옥

也獸 2014. 4. 15. 19:37

 

 

의자

 

채수옥

 

 

 

 

바싹 어둠을 당기고 옆으로 앉아 봐 네 그림자 속으로

내 한쪽 어깨가 허물어지고 나면 우린 더 모호해질 거야

 

 

비밀번호 속으로 닫힌 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속을 후벼 파는 거야 거죽만 남을 때까지

네발 달린 짐승이 되는 거야

 

 

타조의 날개처럼

비루한 다리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삐딱한 자세로

너덜너덜 할 때까지 헤지고 찢어지는 거야

 

 

붙잡는 거야

 

 

발로 걷어차이고 내동댕이쳐질지도 몰라

폐기처분 딱지 등짝에 붙인 채 길가로 내 몰려도

똥구멍을 향한 집착

언젠가는 너를

털썩!

주저앉히고 말겠다는 과잉된 신념 스토커의 근성

 

 

다리 부러지고 터진 창자 끌려 나와도

끝까지 버티는 거야

 

 

 

 

 

 

<작가와 사회>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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