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전조/강신애 본문

맘에 드는 시

전조/강신애

也獸 2014. 6. 24. 15:30

 

전조

강신애

 

 

 

이 밀리의 눈이 내렸네

 

 

공명에 떠는

네 개의 손바닥을 가로질러

 

 

잠언 같은

노면을 두드려대는 음소거의 타악기들

 

 

눈의 눈물샘 속으로

불의 숨을 불어넣는 촛불들……

 

 

삼 밀리

사 밀리의 눈이 내리네

 

 

내 속에서 증발하는 비문(碑文) 같은 폐허

 

 

밤도

이 환한 흉부를 숨길 수는 없었네

 

 

정말 눈일까

정말 첫눈일까 의심하는 나에게

 

 

만져보라고

차갑게 입 맞춰보라고

 

 

칠 밀리 팔 밀리

눈이 내리네

 

 

*시집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출간을 감축드립니다.

'맘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마득한 푸른 하늘에/박정남  (0) 2014.06.24
배시시/김정수  (0) 2014.06.24
의자/채수옥  (0) 2014.04.15
쑥의 뼈/임형신  (0) 2014.04.08
바다/김점미  (0) 201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