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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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배시시/김정수

也獸 2014. 6. 24. 16:17

 

배시시

김정수

 

 

온 가족이 먹을 밥을 푼 주걱에 남아 있는 밥알을 입으로 떼어 먹다가 노모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스크림 속포장지에 묻어 있는 달달함을 혀로 핥아먹는데 어린 딸이 슬며시 옷깃을 잡아당겼다

 

 

사과를 깎다가

너무 두껍게 잘려 나간 속살을

이빨로 갉아 먹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내

 

 

사과 껍질처럼 둥글게 말린

쉰 하고도

겸연쩍은 눈빛 하나가

배시시 웃었다

 

 

* 시집 『하늘로 가는 혀』출간을 축하드리는 바이오. 하하

 

* 여기 나 같은 사람 또 하나 있네, 주걱을 달고 사는 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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