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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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1년이 지나, 계속

也獸 2016. 5. 8. 11:23

 

1년이 지나, 계속

                       윤관영

 

 

야채 장 보다, 냉이를 본다

멀미가 사진을 찍는다

벚꽃이 지고 나서야 대파 대궁이 솟듯

 

올라 - 온다

 

서부농협 지난다 단단한 대파

꽃 피는 것 보면서 자전거 뒤통수가 지나간다

몸통을 찢으면서 솟아오르는 대궁

 

담장에 박태기 꽃이 다다귀다다귀 피었다

자전거가 지나간다

 

어설픈 날치기의 등때기를 핸드백으로 후려치듯

저 박태기 꽃나무로 회초리 맞고 싶은,

 

자전거에는

대파가 여섯 단, 콩나물이 두 박스, 두부가 한 판

만판이다, 꽃이 야채 속에서 피었다 진다

칼날 속에 피었다 진다

 

1년이 오려진다

 

버찌를 먹 듯, 피 칠갑 회초리를

앵두알가지로 맞을 날이 곧 당도하리, 지나간다

꽃철, 이 태기칠,

 

씨 뱉는다 두 바퀴는 구른다 이 편한 세상을 지난다

이얼싼 중국어를 지난다 구른다

대파의 대궁은 금일 더 자랐다 지난다

 

혀 빼무는 칸나, 목백일홍

지난다 바퀴는 구른다

 

<시인광장> 5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