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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사람과 집/이승용

也獸 2022. 11. 4. 19:14

살아봐야 알지

 

볕이 잘 드는지

바람은 잘 통하는지

새는 곳은 없는지

 

공기가 온도가 되고

두 손이 마주쳐 소리 나도록

음악이 되고 춤이 되는 일

 

뜨락의 빨간 국화처럼

서로를 피워 내는 향기의 집

 

둥지를 노래하며

곁이 될 수 있는 사람의 집

 

살아봐야 알지

 

집도 사람도

볕이 잘 드는지

바람은 잘 통하는지

 

이승용 시인의 꽃이 피다시집에 실린 시 사람과 집이다.

살아봐야 안다는 것은 살아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의미도 되겠다. 집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그렇다는 의미이기도 하겠고.

집이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해야 하듯, 사람도 그러해야 한다는 의미도 되겠다. 그런데, 문제는 살아봐야 아는데, 살아봐도 알기 어려운 게 사람이고, 알게 산다는 그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게 인생이다. 안다고 해도 그것이 전적으로 안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안다한들,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집처럼 볕이 잘 드는 사람이라면 잘 익은 사람이겠고, 또 바람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면 소통이 잘 되는 열린 인간쯤 되겠다. 살아봐도 모르는 게 사람이지만 그나마 살아봐야 안다.

#이승용 #꽃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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