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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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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也獸 2022. 5. 2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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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

 

 

 

긍께 대근한 몸이어유 게을러터져 가난한 놈이어유 월에 두 번 쉬는 휴일을 11시까지 자빠져자는 놈이어유 그러니 당연 바닥인 놈이지유 삼십 년은 내다보고 생을 설계해야 한다는데, 그마저 남지 않은 놈이어유 그러니 비전도 없는 놈이지유 늦게 일어나 즘심 먹고 또 자빠져 자니, 게으름이 눈곱처럼 붙은 놈이지유 그러니 골수까지 가난한 자지유 맨자지나 만지작거리는 자지유 달에 두 번 쉬는 날 쉬어터진 놈이지유 밀린 빨래나 널고 담배나 꼬놔 물고 스레빠나 끌고 어기적거리는 놈이니 친구로 두면 가난할 수밖에 없다 지목당하는 자지유 마땅하지유 자빠져 자고 일어나면 더는 잠은 안 오고 그제서야 술이 땡기는 몸이니, 천성이 무던한, 자신을 재우쳐 일으킬 꿈이 없는 자이니 가난뱅이를 면치 못하는 자지유 꿈이라는 것이 건강이 떡상이라 믿는 자이니 한심한 자요, 꿈을 입에 담는 자를 욕심 많은 놈이라 여기는 자이니 그냥 육탁에 멍든 자지유 자지두 고패 숙이는 자지유

자빠져 잘대로 자서 더 이상 잠이 안 와도 내일 일 가려면 자야 한다고 몸을 달래는 자지유 그도 안 되면 술을 한잔 더해 잠으로 기어들어가니 잠충이인 자요, 시간을 그냥 소진하는 벌레인 자지유 그게 바로 저지유

속창아리 없이 속으로나 욕하는 자지유

 

<시와세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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