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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한낮 외 1편 본문
한 낮 외 1편
윤관영
한 할머니가
내가 내어놓은,
골판지박스를 주워드시더니,
들러붙은 테이플 그 자리에 패대기치고
박스만 가져 간다
난, 그 패대기를
좋아하기로 하였다
옛 애인
퉁퉁한 여자가 좋다 겉보기 그만인 까칠함 보다는, 도시 잘 먹는, 그래서 통통한 것이라면, 버리지 못하는 마음에 제 몸에 쑤셔 넣는 그 미욱함이 이젠 좋다 제 몸뚱어리 관리하는 것이 다 돈이어야 되는 세상에, 시간 없고 돈 없고 또 적당히 포기해야 하는, 제 스스로에게나 남에게나 조금은 손해 보는 그 포기가 좋다 하여 제 몸뚱이는 부풀고 말겠지만, 승부욕이 흐지부지인 그 착함이 좋다 결단력 없는 그 매번이 그런 몸을 만들었겠지만 그래서 이즈막, 퉁퉁한 여인이 좋다 적당히 술도 한잔하고 신세타령도 하고 그래서 쌓인 그런 나날이 그 몸을 만들었겠지만 독해 빠지지 않은 그런 허약이 좋다 가슴과 허리 둘레가 같은, 허영의 딸년 몫까지 먹어치우는,
먹성에, 맛까지 아는 여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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