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단양소동 외 1편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단양소동 외 1편

也獸 2022. 12. 5. 19:09

단양 소동 외 1

윤관영

 

 

어느 한날, 덕절산이 울렸다 단양파 쫑시기가 언 놈이고? 소동에 소금무지산이 부숭부숭 깨어났다 인자 유명세가 오르기 시작한 단양파종시기를 칠성파가 관광객처럼 들이닥친 거였다 먼 일이래? 파종하던, 파 단 같은 대잠리장 마누라가 허리를 펴고 섰다 그냥, 도끼라 불리는 독기리장 마누라가 육쪽 마늘 같은 얼굴을 들었다 일순, 파와 마늘 내가 산바람 타고 내리 흘렀다 동풍에 쏠려 개울창에 처박힌 낙엽처럼 칠성파는 흩어졌다 파 같고 마늘 같은 여인네들은 하던 일을 이어 나갔고 이냥 고즈넉했다

붉을 에 볕 단양, 양기가 넘쳐 소금으로 눌러야 하는 사내들을 휘어잡고 사는 여인네들은 밭 같고, 다냥다냥 마늘쫑 같은 여인네들은 노을 같고, 노을이 비친 강 같고

그것도 상류고

상류는 소금무지산을 휘감아 돌고

 

 

 

 

 

 

세 든 새

 

 

어머니 올라오시고

빈집을 치우는데,

됫박에 새집이 보였다

새 가족은 이사 갔다

둥우리에 남은 속 깃털이 떨리고 있다

안다 빈 독의 알쌀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솥에 떨어졌는지, 빈 됫박은 또 얼마나

슬픔까지 빨아들이는 부드러움인지

안다 이제

어머니 쓰러져 올라오시고

쌀은 냉장고로 가고

됫박 그 소리 부드러운 속으로

새 집이 들고, 그 새 집은 그 부드러운 소리로

떠나갔다 다

비워야 되어질 일

 

새 가족이 갔을 법한 곳을 본다

그 소리의 결을 짚어본다

둥우리 속의 속 깃털이 여름 한 낮에

흔들리고 있다

 

더는 못 본다

 

<시에>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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