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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친밀한 타인/채수옥 본문
친밀한 타인
채수옥
꼬치전을 만들었다 명절이므로 길고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대파를 끼우고 햄을 끼우고 대파를 끼우고 맛살을 끼우고 대파를 끼우고 느타리버섯을 끼우고 커튼처럼 길게 늘어뜨린 나뭇가지에 노을이 끼워지고, 모퉁이 뒤 빨간 지붕이 끼워진 채 나란히 앉아 텅 빈 아버지 옆에 엄마, 사이에 오빠와 나 옆에 동생들이 한 나뭇가지에 끼워져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허옇게 흩날리며 미끄러지다, 계란 물에 몸을 적시고 눈물 콧물 흘리며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징글징글 가늘고 얇은 나뭇가지 하나 벗어나지 못한 채 한 줄에 꿰어 비좁은 옆을 탓하고 수상한 냄새를 역겨워하며, 꿰뚫어진 서로를 증오하다 소식을 끊고 꼬치가 익어갈 즈음 한 줄이었음을 깨닫고, 한 줄을 원망하며 대파 다음 햄, 대파 다음 맛살처럼 텅 빈 아버지 옆에 엄마, 사이에 오빠와 나 옆에 동생들이 가늘고 얇은 가지에 꿰어진 채 지글지글 징글징글
*늦은 안부를 전하듯, 늦은, 많이 늦은, 채수옥 시인의 시집 『덮어놓고 웃었다』를 덮어놓고 있다가 이제야 일독했다.
와닿기로는 「COVID-19」가 제일 절절했다. 아마 나도 코로나로 입원해 죽을 지경을 경험했기에 그랬지 싶다. 어떤 지독한 경험은 그것이 공유될 때 시적 장치와 화자만이 알 깊이까지도 교감하는 가보다, 생각된다. 교감되어지는 바와 그것이 좋은 시인가 하는 것에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좋은 것은 두서없이 끌리는 것이니까. 또 좋게 본 시로는 「우리는 우리를 구성한다」가 있다. ‘우리’에 대한 성찰에 끌렸다.
가급적 남들이 좋게 본 시 외의 시를 골라보려고 했는데 내게도 「친밀한 타인」이 좋은 시로 여겨졌다. 「코비도 -19」처럼 지독히 개인적이지도 않고, 「우리는 우리를 구성한다」처럼 객관해설도 아니고 나의 이야기이지만 조금은 객관적이고 가족사이나 나의 이야기인 울림이 좋았다. 내겐 ‘꼬치가 익어갈 즈음 한 줄이었음을 깨닫고’란 지점이 좋았다. [겹눈]이라는 것은 남들이 보는 것을 넘어서는 것을 보는 눈이거나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이 ‘부정적 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모듬전에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 난, ‘쇠대가리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아들만 4형제의 장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