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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친밀한 타인/채수옥

也獸 2022. 11. 19. 23:34

친밀한 타인

채수옥

 

 

꼬치전을 만들었다 명절이므로 길고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대파를 끼우고 햄을 끼우고 대파를 끼우고 맛살을 끼우고 대파를 끼우고 느타리버섯을 끼우고 커튼처럼 길게 늘어뜨린 나뭇가지에 노을이 끼워지고, 모퉁이 뒤 빨간 지붕이 끼워진 채 나란히 앉아 텅 빈 아버지 옆에 엄마, 사이에 오빠와 나 옆에 동생들이 한 나뭇가지에 끼워져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허옇게 흩날리며 미끄러지다, 계란 물에 몸을 적시고 눈물 콧물 흘리며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징글징글 가늘고 얇은 나뭇가지 하나 벗어나지 못한 채 한 줄에 꿰어 비좁은 옆을 탓하고 수상한 냄새를 역겨워하며, 꿰뚫어진 서로를 증오하다 소식을 끊고 꼬치가 익어갈 즈음 한 줄이었음을 깨닫고, 한 줄을 원망하며 대파 다음 햄, 대파 다음 맛살처럼 텅 빈 아버지 옆에 엄마, 사이에 오빠와 나 옆에 동생들이 가늘고 얇은 가지에 꿰어진 채 지글지글 징글징글

 

*늦은 안부를 전하듯, 늦은, 많이 늦은, 채수옥 시인의 시집 덮어놓고 웃었다를 덮어놓고 있다가 이제야 일독했다.

와닿기로는 COVID-19가 제일 절절했다. 아마 나도 코로나로 입원해 죽을 지경을 경험했기에 그랬지 싶다. 어떤 지독한 경험은 그것이 공유될 때 시적 장치와 화자만이 알 깊이까지도 교감하는 가보다, 생각된다. 교감되어지는 바와 그것이 좋은 시인가 하는 것에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좋은 것은 두서없이 끌리는 것이니까. 또 좋게 본 시로는 우리는 우리를 구성한다가 있다. ‘우리에 대한 성찰에 끌렸다.

가급적 남들이 좋게 본 시 외의 시를 골라보려고 했는데 내게도 친밀한 타인이 좋은 시로 여겨졌다. 코비도 -19처럼 지독히 개인적이지도 않고, 우리는 우리를 구성한다처럼 객관해설도 아니고 나의 이야기이지만 조금은 객관적이고 가족사이나 나의 이야기인 울림이 좋았다. 내겐 꼬치가 익어갈 즈음 한 줄이었음을 깨닫고란 지점이 좋았다. [겹눈]이라는 것은 남들이 보는 것을 넘어서는 것을 보는 눈이거나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이 부정적 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모듬전에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 , ‘쇠대가리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아들만 4형제의 장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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