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정물 3 外 1편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정물 3 外 1편

也獸 2008. 7. 24. 12:59
정물 3 외 1편
-윤관영


마주앉아 차 한 잔하면 좋을 곳에 캐시밀론 이불을 널어 두었습니다. 새물새물, 담궈 둔 세제에서 터지는 방울처럼 당신이 피었다 집니다. 코앞의 복사꽃이 젖꽃판처럼 붉습니다. 꽃구경은 왜 꽃 소식 오고 질 때서야 후회로 나서게 되는지 모를 일입니다.

복사꽃 피고, 사리처럼 말려 굳은 수액 - 눈물도 진하면 그려려나 싶은 게 또 눈물입니다. 발로 밟고, 돌확에 얹어 물 빼, 식탁에 올려 의자에 걸쳐진 이불에 복숭아꽃 그늘이 얹힙니다. 지는 해가 만든 꽃그늘은 이불이 말라서도 표식 없는 흔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찻물을 붓습니다. 편도선이 부었습니다.

이불 홑청이 덩달아 수직으로 밝습니다. 琥珀같은 눈물을 매단 복숭아는 왜 또 쉬이 무르는 걸까요. 긴 시간, 풀을 먹이고 다림질을 하는 마음을 알 듯한 서녘 볕입니다. 물잠자리 날개 같은 홑청, 이불을 터니 꽃 그늘이 어두워 환합니다. 목젖이 부어, 봄 진동입니다. 자, 꽃 지기 전에 ……



롱 롱 타임


오줌 누는데 따끔거려서
냉큼(이 부사가 자동이라 앙큼 놀랐다)
비뇨기과에 갔다
―1주일은 술 자시면 안 되고
―부인 옆에 가시면 안 되고(이건 자동이다)
뭔 연애나 해 보고 그러면 성이 안 나겠는데
약은 어떻게 챙겨 먹겠는데(것도 해 보면 잘 안 된다)
술, 그거 1주일이 롱 타임이다
참는 듯 마시고는 낫겠지 싶었는데
다시 떨어진 1주일 처방전
보약 먹으면서 2주 술 못 끊는 친구 욕 꽤나 해댔는데
술 없는 1주일은 롱 롱 타임(열무 팔러 간 엄마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데도 아니고(그래서 겁이나 자동이기는 한데)
쥐고 흔들어 반성하는
1주일은 길어(처방전 1주일이 자동이다)
연필 깨물며 쓰는 반성문처럼 길어
반성할 게 없는 반성문 끝에 큰 돔이
콘돔만이 살길이라고 썼다(약도 썼다)
먹지 말라는 술은 왜 그리저리 끌린다냐
1주일 1주일은 겁나게
길다(질다) 잔인하다
<다층>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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