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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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창/노향림

也獸 2009. 11. 20. 20:51

           노향림

 

 

손바닥만한 밭을 일구던

김 스테파노가 운명했다.

 

그에게는

십자고상과 겉이 다 닳은 가죽 성경,

벗어놓은 전자시계에서 풀려나간

무진장한 시간이

전부였다.

 

그가 나간

하늘 뒷길 쪽으로

창문이 무심히 열린 채 덜컹거린다.

 

한평생

그에게 시달렸던 쑥부쟁이꽃들이

따사로운 햇볕 속

喪章들을 달고 흔들리는

 

弔客이 필요 없는 평화로운

곳.

 

*좋은 시는 언제 봐도 좋다. 노향림의 묘사는 설명적인 묘사다. 그러니까, 화자의 개입을 묘사로 해낸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좋은 시는 언제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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