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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라 불린 적 있다 외 1편/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무수'라 불린 적 있다 외 1편/윤관영

也獸 2016. 12. 19. 05:33

 

 

무수라 불린 적 있다 1

윤관영

 

 

월동을 했다

동면을?

겨우내 자면 오줌은?

똥은? 동면은

사주팔자 타고난 놈을 잡는다

저온, 통풍,

얼지 않고 썩지 않고

재워서 변하지 않게, 겨울을 넘게 한다

저가 저를 빨아들인다

채전에 그대로는 아니다

흐린 파문처럼,

눈꽃 결정이 속에 퍼져 있다

처음 순장 때 저를 잡고 있다

느루, 맛이 일정하다

꺼내는 시기만 다를 뿐

절기마다 다른 맛이 아니다

쫑 올라오는 6, 못 먹을 맛이 아니다

동면, 아니 월동

겨울을 넘겼는지 저만 모르는,

구멍 뚫린 비닐마대 속에서

동안거를 하고 나왔다 나오셨다

생긴 모냥은 오줌 싸게 똥 싸게

사납다

 

귀하신,

몸이시다

 

 

 

 

 

 

 

나락, 아래는 물이다

 

 

 

무는 아래쪽에 물이 더 많다

무 꼬리가 굵은 무의 길을 낸다

 

그렇다

 

밥통의 밥은 아래쪽이 더 질다

아래쪽도 더 바닥은 누룽지가 된다

 

누름 방지판이 있다 안 쓰게 된다

 

쌀 사이로 가라앉은 좁쌀이

누런 누룽지가 된다

 

무 꼬리가 더 내려가지 못하면

무는 올라와 무 잎 색이 된다 무시

 

그렇다는 얘기다

 

위 밥은 위로 선다

섞어, 퍼야 한다 그렇다

 

그게 현실이다 현실은 때로 사실이 아니다

 

밥은 방금한 밥

무는 금방 뽑아 든 무

 

세상이, 무에 그렇다는 얘기다

무시,

 

<시인시대> 겨울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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