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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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플라잉 플라워/윤관영

也獸 2017. 12. 21. 00:44

 

 

플라잉 플라워 외 1

윤관영

 

 

배아지에 자식을 넣고 다닌단다

눈알이, 먹자두알 같단다

모둠발로 뛰는데

중심은 꼬리가 잡는단다

두 발과 손을 쓰는 꼴새가

얼추 인간 같단다

꺾은 앞 발목에, 꼬리에 기댄 채

먼 데를 보는 작은 두상

도마를 앞에 두고 부엌칼을 쥔 채

앞치마의 무게로 정지될 때가 있단다

왜 애새끼를 캥거루처럼 키워, 그래애

등 돌려 마구잡이로

구름 속까지 뛰어 오르고 싶을 때가 있단다

제 새낄 제 배때지에 넣고 다니는,

변종 수컷이 있단다

무거워, 무수히 뛴단다 발바닥이 넓단다

육수통 바닥이 몸통과 같듯

제가 담은 무게에 찌그러져 오르듯

똥구녁이 땅에 끌려봐야

사는 게 뭔지, 중심이 뭔지 안단다

캥거루 애비, 아부 아부 아부,

손등을 눈 가차이 두어야 언능

눈을 훔질 수가 있단다 그렇단다

귀가 넓고 발바닥이 넓고, 콧구멍은 예민한

그런, 족속이 있단다 지구상

 

그건,

별종이라 한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왕겨 베개를 벴다 베개는 따갑고

소리가 있고, 목침처럼 높고, 귀가 섰다

 

메밀껍질도 좋고, 편백나무도 좋고,

신소재 세라믹도 좋고, 학도 좋고 오리털도 좋고

 

좋은 게 아니라 좋았다 불편하니 귀가 섰다

 

출발선 앞의 러너처럼 섰다 귀청이 섰다 고막이 섰다

써레질 마친 논에 달빛 들 듯 섰다

 

여린 모의 그 실뿌리를 받아들이듯 귀가 섰다

모 흔들리는 소리 들리듯 섰다

 

계실 땐 안 들리던 소리가 열렸다

베개, 귀가 순해졌다

써레질 끝낸 논의 물처럼 수평을 잡았다

스스로 고요해졌다 가라앉았다

 

가신 아버지,

써레질 마친 논에 달빛 들 듯 오셨다

 

  <시와사람> 겨울호

 

*오랫만에 시를 발표했다.

*육탁친 곳의 멍이 굳은 살이 되었다. 이제 견딜만하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