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장독 부시기 2 / 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장독 부시기 2 / 윤관영

也獸 2024. 3. 25. 13:05

 

장독 부시기 2

윤관영

 

 

……

소리가 없다

독이 소리를 빨아들이납다

독에 붙은 벌집은 먹자둣빛

사납지가 않다

고요하다 못해 적적하다

들어찬 고요로 장독은 터질 듯하다

어쩌다, 장을 터는 소리가 있었을 것이고

손끝의 장을 빠는 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누름돌의 가라앉는 속도는

환장하게 느렸을 것이다

참숯은 배앝는 중이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의 삼중주

다 가라앉아

잠자리 날개 같은

마른 냄새를 피워 올리고 있다

독의 퇴색은 고요의 중첩이다

독을 부시는 내내

내가 고요해졌다

찻물이 가라안고 국화꽃 떠오르듯

내가 앙금되고

…… 있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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