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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목련/이자규 본문
목련
이자규
나는 떨고 있었다
길바닥에 깔린 주검들 때문은 아니었다
이상한 시누대라니
야간운행 중 전복된 차량에서 쏟아져 나온 닭들 꼼짝없이
양쪽 가드레일에 깃털뭉치처럼 얹혀서 오가도 못하고
한 톨의 곡식쪼가리는 머나먼 얘기
도로를 질주하는 두 마리의 거대한 불 구렁이들만 지켜보는데
돌아와서 없는 살쾡이와 밤새도록 뒹굴었을 뿐인데
너였구나, 그랬겠지
보리쌀 눈이 겨울 나목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
날지 못하고 디딜 곳 없는 어둠 속
아무도 모르게 새록새록 아침이 걸어오는 사이
한 층 더 존경스런 마당가 늙은 나무의
마침내 영혼을 수락하는 횃대
울통불퉁 몸을 빌려 부린가 날갠가
희딘 흰 신생이 가난하게 떨고 있었다
<목련>하면 ‘정병근’ 시인의 ‘목련’에 대한 시가 생각난다. 목련을 ‘빤쓰’와 비교하여 ‘누가 저 많은 빤쓰를 걸어놓았나’ 하던 자탄이 기억된다. 그 이미지 유독 강해서, 그 이미지 하나로 끝난 듯한 인상을 준 시였지만 이미지 하나 만큼은 발군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자규의 이 시도 목련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天衣無縫’은 천 개의 옷을 꿰맨 자국 하나 없이 짓는 드문 솜씨를 의미하는 말로 좋은 시를 두고 비유하여 하는 말이다. 시인에게 이 말은 어찌 보면 사돈 남 말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이다. 천 편의 시편 중의 하나가 ‘무봉無縫’이어도 대견할 일인데, 千衣는 언감생심이다. 시를 자신의 앞에 세우는 시인의 경우 시집 한 권에 ‘무봉’한 시 한 편만 있어도 흡족하지 않을까 한다.
이자규의 시 「목련」은 시집 『우물 치는 여자』 중에서 무봉에 가까운 시다. 목련의 하얀 꽃잎과 전복된 차에서 탈출한 닭이 횃대 삼아 목련 위에 날아 앉은 모습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닭의 무리들이 가드레일에 깃털 뭉치처럼 둘러서 있는 모습은 시누대에 비유되고, 견디다 못한 보리 쌀눈의 닭들은 겨울나목에 들었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그것은 ‘날지 못하고 디딜 곳 없는 어둠 속/아무도 모르게 새록새록 아침이 걸어오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그런 일은 늙은 나무가 영혼을 허락한 데서 벌어진 일, 그 모양새는 ‘울통불퉁 몸을 빌려 부린가 날갠가/희딘 흰 신생이 가난하게 떨고 있었다’. 동시적 상황으로 처리되어 어디가 꿰맨 자리인지 구분이 안 가는 좋은 시다.
무봉에 가까운 시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언어에 있다. ‘한 톨의 곡식쪼가리’는 한 톨의 곡식이 쪼가리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겨울 나목’이란 표현은 겨울나무가 옷을 벗는다는 의미에서 보면 첩어에 해당한다. ‘새록새록’과 ‘울통불퉁’은 정확한 표현이냐는 의미도 따져봐야 하지만 상식적은 비유로 死語에 해당한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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